모래의 보물인 실리카의 선물 [II];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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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가 신은 유리구두는 어떤 종류의 유리로 만들었으며, 그 강도는 얼마나 되었을까? 동화 속에서 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삶에서도 유리가 없는 생활은 생각할 수가 없다. 이런 유리도 모래의 주성분인 이산화규소, 즉 실리카를 기본 매질로 하고, 여러 성분을 첨가하여 색깔 또는 기능성을 부여하는 등 물리적·화학적 특성을 변화시킬 수 있다.

순수한 실리카 그 자체는 좋은 유리(석영유리 혹은 용융유리)를 만들지만 녹는점이 매우 높고 가격이 비싸다. 이 유리는 자외선을 흡수하지 않는다. 이에 산화나트륨을 가하면 녹는점이 낮아지지만, 그 유리는 내구성이 없고 물에 녹는다. 그래서, 이것을 물유리(water glass)라 칭한다. 이산화규소가 약 70% 포함되어 있는 소다석회(soda lime) 유리는 인체에 해로운 자외선 B와 C를 대부분 흡수한다.

고급 유리그릇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파이렉스(Pyrex)는 코닝(Corning)사의 상품명이다. 이것은 이산화규소에 붕소산화물을 약 10% 정도 첨가하여 만든 붕규산염 유리(borosilicate glass)이다. 붕소(boron, B)를 첨가하면 유리의 열 및 전기전도율을 변화시킬 수 있다. 가정에서 유리로 만든 물 끓이는 주전자, 요리기구 등은 거의 파이렉스의 생산물이다.
다른 흥미로운 것은 유리 속에 염화은을 넣어주면 빛에 노출되었을 때 자외선의 작용으로 검게 변화하는 것이다. 이것은 사진 필름이 빛에 노출되어 검게 변하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이 검은 색은 빛을 차단시키면 없어지게 되어 빛에 따라 자동적으로 색이 바뀌므로, 이것으로 선글라스용 유리를 만들 수 있다.

특정한 금속산화물을 첨가함으로써 각 용도에 맞는 새로운 성질의 유리를 만들 수 있다. 다양한 재질의 와인잔을 부딪쳐 보면 “땡 ∼”하는 소리가 첨가된 물질에 따라 다르다. 값싼 소다유리로 만들어진 것은 경쾌한 음이 나지 않는다. 충격에 의해 소다유리 속에 존재하는 나트륨이온이 쉽게 그 위치를 바꾸면서 이동할 수 있다. 이러한 이동에 의해 입자가 부딪칠 때 생기는 진동에너지가 쉽게 열에너지로 변환되어 소리가 금방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크리스탈잔이라고 알려진 것은 나트륨 대신 무거운 납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 이온의 이동현상이 줄어들게 되어 아름답고 경쾌한 소리가 귀를 즐겁게 한다. 납을 많이 함유한 유리는 방사선 장비를 조작하는 사람의 보호에도 사용된다. 그래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피해복구와 관련하여 납함유 유리도 등장하고 있다.

유리병을 만들 때 염화주석을 가하면 단단하게 되고, 무지개 빛깔도 표현할 수 있다. 이 염화주석을 적당량 첨가하여 단열창 유리로 만들어 적외선 빛을 반사시킬 수도 있다.

유리 제작시에 금속이 첨가되면 호화스런 색이 발현한다. 코발트가 포함되면 푸른색, 망간이 자리하면 보라색, 크로뮴이 자신의 위치를 지키면 녹색, 그리고 구리가 들어가면 빨간색이나 청록색을 자랑하는 유리가 탄생한다.
유리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기 및 수질오염 물질의 배출과 다량의 고형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서는 유리병도 분리수거를 해야 된다. 특히, 색깔별로 유리를 분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재생과정에서 유리를 녹일 때 유리의 색깔을 내기 위해서 첨가한 각종 금속류를 분리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이다.
<제주대학교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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