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없는 거품의 창조물, 거품과학[I]
덧없는 거품의 창조물, 거품과학[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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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거품이 파도처럼 넘실대는 우주에 살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 거품의 생산성을 가끔이라도 생각하고 있을까? 이 가벼운 물질이 과학에서 갖는 무게감을 깨닫는다면 정말 놀랄 것이다. 이 덧없는 거품 덕분에 생산되는 산물이 무궁무진하다. 이 거품의 매력은 그 미학적인 호소력 때문에 그 위치는 더욱 확고해졌다. 방울들의 덧없는 아름다움은 예술적으로 승화되기도 한다. 즉, 거품은 그 연약함, 아름다움, 그리고 관능적인 호소력으로 우리에게 신비감과 함께 경이로움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거품은 고전과 현대, 그리고 미래의 과학과 기술에 새로운 문을 열어준다. 또한, 이것은 음식과 예술을 비롯해 다양한 곳에 쓰이기 때문에 인류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앞으로 거품의 세계와 그 다양한 용도를 과학, 거품과학을 통해 몇 차례에 걸쳐 일별하는 것도 삶의 활력소가 될 것이다.

식품과 청량음료 산업분야를 주름잡는 빵이나 맥주, 샴페인 등은 전적으로 이 덧없는 거품 덕분에 제구실을 한다. 또 이것은 유정을 파는 굴착기의 효율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며, 신소재 금속을 만드는 데도 중심 부분을 차지한다. 또 플라스틱 산업에서 스티렌수지에서 폴리우레탄까지 광범위한 제품들이 거품에 의존하고 있다.

스티로폼(styrofoam)은 처음에는 전혀 다른 의도로 개발되었지만 우주선에 있는 연료 탱크를 보호하고, 경주용 자동차의 비좁은 운전석에서 충격을 흡수할 목적으로도 이용된다. 작은 방울들을 혈관에 주입함으로써 암을 진단해 내는 초음파 진단 기술도 개발되었다.

인류가 처음 빵과 맥주와 포도주를 만드는 법을 익히기 시작한 후로 이 세 가지 음식의 공통요소인 발효 기술의 발전이 시작되었다. 이 땅에서 자라는 다양한 생산물(밀, 보리, 포도 등)을 거품기 있는 음식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발효작용인 것이다.

빵을 부풀리고, 맥주의 거품을 만드는 그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은 이산화탄소이다. 사람을 포함한 모든 동·식물은 이산화탄소라는 가느다란 실에 매달려 살고 있다. 이 기체를 이용하여 식물이 만든 탄수화물 등의 유기물은 식물 자신 뿐만 아니라 동물의 삶을 영위하는데 쓰인다. 즉, 동물들은 식물이 광합성이라는 화학산업에 의해 만든 유기물을 빼앗지 않으면 살 수 없다. 또한, 이 산업이 가동될 때 생성되는 산소 기체가 없으면 동물은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맥주 애호가에게 맥주 거품이 소중하다면 에스프레소 광에게는 크레마(crema)라는 거품이 의미가 있다. 잘 뽑아낸 에스프레소 한 잔의 특징인 황금빛 도는 갈색 크레마를 ‘농축된 거품 환약’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크레마는 시각적 측면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맥주 거품과 마찬가지로 맛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크레마는 증발하면서 향을 전달하는 화합물을 천천히 발산시킨다. 향이 ‘약처럼’ 퍼지는 방식이 마시는 즐거움을 더해주는 것이다.

에스프레소는 잘 볶고 곱게 간 커피 가루를 고밀도로 압축한 덩어리에 뜨거운 물을 고압으로 재빨리 부어 만든다. 이 에스프레소(espresso)라는 단어는 ‘압축된’ 이라는 뜻이다. 제조 때의 속도 때문에 ‘특급’이라는 뜻도 될 것이며, 또 손님에게 ‘빠르게’ 제공되는 것을 가르키기도 할 것이다.
<제주대학교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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