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金 '南男北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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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측의 오빠도 해냈다.’

‘남측의 아들’ 이봉주가 남자마라톤에서 우승하며 전날 여자마라톤에서 월계관을 쓴 ‘북측의 딸’ 함봉실과 함께 ‘남남북녀(南男北女)’의 동반 우승을 일궈냈다.

‘국민마라토너’ 이봉주(32.삼성전자)는 14일 부산시 중심에 위치한 황령산을 돌아오는 부산 아시안게임 남자마라톤 42.195㎞ 풀코스 경기에서 중반 이후 선두로 치고 나와 시종 독주한 끝에 2시간14분4초의 기록으로 맨 먼저 결승 테이프를 끊었다.

이로써 이봉주는 대회 2연패에 성공하며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둔 한국 선수단의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또한 한국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이 종목 4연패를 이룸과 동시에 통산 6번의 우승을 차지해 일본(5번)을 제치고 마라톤 강국의 위상을 다시 한 번 아시아에 떨쳤다.

한국은 1990년 베이징 대회에서 김원탁, 1994년 히로시마 대회에서 황영조, 그리고 1998년 방콕 대회에서 이봉주가 차례로 월계관을 썼다.

아시안게임에서 남자마라톤을 2연패한 것은 1966년과 1970년 대회에서 연속 우승한 기미하라 겐지(일본)에 이어 이봉주가 2번째다.
이처럼 한국 마라톤사에 길이 남을 많은 기록들이 양산됐지만 그 무엇도 남북이 마라톤에서 함께 금빛 춤사위를 춘 것보다 의미가 깊을 수는 없다.

25도에 육박하는 무더운 날씨와 강한 바닷바람, 그리고 일본의 라이벌들도 태극 머리띠를 두르고 이를 앙다문 ‘백전노장’ 이봉주의 앞길을 막아서지 못했다.

항상 선두 뒤를 바싹 쫓다 막판에 역전하는 작전을 썼던 이봉주는 이날 의외로 초반부터 맨 앞에 서서 선두 그룹을 이끌었다.
높은 기온과 이봉주의 노련함을 의식한 다른 선수들이 이봉주의 꽁무니만을 쫓을 뿐 좀처럼 치고 나가지 않았기 때문.

페이스를 높였다 내렸다 하면서 레이스를 주도하던 이봉주는 14.5㎞ 지점에서 선두 그룹이 일본 선수 두 명과 임진수(24.코오롱) 등 4명으로 줄어들자 차차 속도를 높여가기 시작했다.

지친 기색 하나없이 선두로 질주하던 이봉주의 눈에 저 멀리 해운대 해변이 들어왔다. 전날 함봉실이 일본 선수를 제낀 바로 그 지점이었다.

이봉주도 이곳을 승부처로 삼았다.

이봉주는 해운대 해변으로 접어든 20㎞ 지점에서 갑자기 페이스를 높였고 힘겹게 그의 뒤를 쫓던 다른 선수들은 순식간에 멀어졌다.

그것으로 승부는 끝이었다.

이봉주는 연도에 가득 늘어선 부산시민들의 박수 소리에 맞춰 경쾌하게 한발 한발 내디뎠고 남은 것은 일본 선수들 간 2위 싸움이었다.

20㎞ 이상 독주한 이봉주는 폐막식을 위해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 가득 모인 관중들, 그리고 지난 4월 결혼한 만삭의 아내 김미순씨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28번째 완주를 아름다운 금빛으로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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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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