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집권적 교육정책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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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은 교육의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없을 정도로 모두 자녀 교육에 열성이다.

모든 국민은 지나친 교육열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인정하기는 하지만 국민들 사이에서는 부작용이 교육열에서 산출되는 이익보다 크지 않다고 생각하는 하는 이가 적지않다.

자연히 교육정책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 하더라도 자신과 자녀의 삶을 결정적으로 가름하는 현실적인 이(利), 불리(不利)로 바꿔 놓는다.

특히 불리하다는 판단이 들었을 경우 저항은 당연히 결사적이다. 게다가 수학 능력과 조건이 각자 다를 수밖에 없는만큼, 손익계산에 따른 대차대조표도 천차만별이다.

그러니 국민 모두가 교육 전문가인 듯 하지만, 기실 모두가 자신의 입장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한도내에서의 전문가일뿐이다.
이렇다 보니 교육문제에 관한 우리 사회에서 합의나 정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교육에서 대증적 처방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증요법이란 게 원래 손쓰기 쉬운 데다 해당 부위에는 당장 차도를 나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절대로 근본적인 치료법은 되지 못하는 법이다.

하물며 언필칭 백년대계라는 교육문제에서야. 그로 인한 또 다른 부작용을 허겁지겁 상명하달식으로 틀어막는 데 급급하다 보면 자칫 끝없는 순환의 고리에 빠져들기 십상이다. 뚜렷한 철학과 비전도 없이 임기응변적이고 일방적인 땜질식 정책은 혼선과 부작용만 빚어진다.

진통을 거듭하며 우여곡절 끝에 15일 실시된 초등학교 3학년생 대상 ‘기초학력진단평가’가 한 예다. ‘시험강행’과 ‘거부’가 팽팽히 맞서 파행이 우려됐던 ‘초등생 학력평가’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시험거부 방침을 철회하면서 전국 모든 초등학교 3학년이 시험을 봤지만 대상의 10%만 평가결과를 분석하는 어정쩡한 형태로 치러졌다.

일선 학교와 교사, 학부모 등에 대한 의견수렴이 무시되는 과정에서 우리 교육계에 만연한 ‘불신’의 문제가 고스란히 나타났다. 교육부총리가 “평가를 반대하는 것은 교육자의 본분을 저버리는 행위”라며 교사들을 정면으로 비난한 데다 교육부가 평가결과를 점수화.서열화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교사들은 믿기 어렵다는 태도다.

학부모 일각에서는 “점수나 등수가 기록되지 않는 통지표로 아이의 학력을 가늠하기 어렵다”며 사교육에 의지한다.

지역교육청은 교육부가 말로는 교육자치를 강조하면서 결국 학급기관과 단위 학교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번 평가를 강행했다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이란 이름의 새교육정보시스템 구축도 만찬가지다.

새 시스템이 구축되면 교육부는 책상에서 학생 상담 내용.교사의 재산, 학부모 주민번호, 학생 이메일 주소 등 신상정보가 낱낱이 입력된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기존 시스템 구축에 든 1500여 억원을 고스란히 날려도 절실한 것인지도 의문이지만, 아직도 중앙정부가 모든 것을 ‘한 손’에 틀어쥐고 있어야겠다는 시대착오적 발상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오죽 했으면 ‘함께 하는 시민행동’이 예산낭비 사업을 대상으로 시상하는 ‘밑빠진 독’상 수상자로 ‘NEIS’를 선정했을까.

중앙집권적 교육으로 국민의 불만을 잠재우고 위기에 빠진 교육을 해결할 수 없다. 오직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폭넓게 수렴하는 열린 교육정책과 행정만이 문제해결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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