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는 피부질환-사면발니증(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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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왕 제주대 의대 피부과 교수

50대 기혼 남성이 아랫배와 성기 주변의 가려움증으로 내원하였다. 확대경으로 자세히 진찰해보니 환자의 음모에는 털을 단단히 붙잡고 있는 사면발니 성충이 관찰되었다. 환자는 처음엔 부정하다가 나중에야 3주 전 다른 여성과 성관계를 맺었음을 실토하였다. 문제는 상대 여성도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불행히도 이 남성에게 사면발니증을 옮기게 한 직업 여성은 추적할 방도가 없었다.


사면발니증은 ‘사면발니’라고 하는 이가 음모에 기생하여 발생하는 감염 질환으로 몸니나 머릿니와는 달리 주로 성접촉에 의해서 전염된다.

본 질환은 성접촉 후 수주 내지 수개월 후 아랫배, 성기 주변의 가려움증으로 우연히 발견하게 된다. 드물게는 침구류, 침낭, 옷 등을 통한 접촉 감염에 의해서도 전파될 수 있다. 과거에 비해 사면발니증은 현격히 감소했으나 아직도 국내 전체 성병 중 5%를 차지하고 있다.


사면발니는 이름에서 나타나듯이 머릿니나 몸니와는 달리 특징적인 게 모양을 나타낸다. 특히 두 번째 및 세 번째 다리가 잘 발달되어 음모를 잡고 이동하는데 사용한다. 진화학적으로 볼 때 가장 먼저 머릿니가 인류의 두피에 기생하였고, 머릿니에 선점당한 머리털을 대신하여 사면발니가 음모에 서식하기 시작하였으며, 10만년 전 사람이 의복을 착용하면서 머릿니가 몸니로 진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된 수수께끼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사면발니는 생물학적으로 머릿니나 몸니와는 연관성이 적고, 500~600만년 전 침팬지와 사람은 각기 머릿니에 감염되었지만 330만년 전 고릴라에 먼저 발병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사면발니증이 왜 사람의 음모에 발생하게 된 것인지에 대해선 명확히 증명된 바 없다.


사면발니증은 음부나 겨드랑이의 소양감, 벌레가 기어 다니는 자각 증상, 음모와 겨드랑이털에 단단히 부착된 충체와 서캐(알)의 존재로 비교적 쉽게 진단이 이루어진다. 체모가 많은 사람은 음모나 겨드랑이 이외에 머릿털이나 몸통 털로도 진행할 수 있다. 긁어서 생긴 상처로 농피증이나 림프절 종창이 발생하지만 머릿니에 비해 뚜렷하지는 않다. 대체로 원발 병변은 명확하지 않으며, 소양감으로 환자 자신이 긁은 선상의 자국들만 주로 보이므로 털에 부착된 충체와 서캐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면발니에 물린 자리를 따라 ‘청색반’이라고 부르는 청회색의 작고 둥근 무증상의 반점들이 하복부, 대퇴, 몸통 외측, 엉덩이, 가슴 등에서 발견되는데 이는 사면발니의 타액 성분과 출혈시 형성되는 분해 산물에 의해 생성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환자의 팬티에는 이의 배설물에 의해 연갈색 또는 갈색으로 침착된 다수의 착색 반점이 발견되기도 한다.


사면발니증이 성인에서 주로 발생하는 성병이지만 때로 소아에서도 발병할 수 있는데 특이하게도 속눈썹이나 눈썹에 나타난다. 그래서 아이들의 경우 눈 주변의 소양감이나 안구 분비물을 동반할 수 있는데 이 때문에 눈썹에 생긴 사면발니증을 안검염으로 오진하기도 한다. 물론 소아에서의 발병은 성접촉이 아닌 오염된 의복이나 수건을 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치료는 몸니나 머릿니에서 사용하는 도포제를 사용한다. 환자의 침구나 내이는 몸에 약을 바르고 난 다음날 멸균 세척해야 하며, 빗으로 서캐를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소아에서 눈썹에 전염된 경우는 린덴액 등을 도포할 수 없으므로 바셀린으로 1일 3회씩 3일간 반복해서 바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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