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양민숙 금능꿈차롱작은도서관 관장/시인
지난해 미국에서는 ‘Imperfect Endings’라는 책 한 권이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어느 날, 엄마는 자신이 죽을 날을 정했고 그날 세 딸에게 임종을 지켜달라고 통보한다. 세 딸은 처음에는 엄마의 말을 관심을 끌려는 것이라며 흘려듣는다. 하지만 이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파킨슨병과 수많은 합병증을 앓아온 일흔다섯 살의 엄마는 이제 고통에서 벗어나고 세 딸들과 의미 있는 이별을 준비하고 싶어 한다. 이 책은 엄마가 죽음을 준비하는 일 년의 시간 동안 세 딸들이 보이는 반응과 감정의 변화들을 가감없이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이 많은 관심을 받았던 것은 자살에 대한 찬반 논란을 넘어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딸들과 함께 하려는 그 엄마의 모습은 수많은 독자들을 울음바다로 몰아 넣었다.

십여 년 전 인기리에 상영되었던 영화 ‘타이타닉’의 주제는 ‘이 세상 마지막까지 함께 하는 사랑’이다. ‘로즈 드윗’과 ‘잭 도슨’의 안타까운 사랑으로 이 영화는 오랫동안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를 그들의 사랑 때문이 아닌 다른 이유로 지금까지도 내 인생의 아름다운 영화로 기억하고 있다. 배가 침몰이 되자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스크린을 가득 메운다. 살기 위해서 허둥대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보며 오열하는 사람들, 최후의 순간을 차디 찬 물속에서 맞이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 중에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 있다. 탈출이 불가능할 것임을 알게 된 한 엄마가 남매를 침대에 눕히고 책을 읽어주는 장면이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아주 행복하게 살았대…’. 아마도 이런 내용의 마무리로 끝나는 책이었던 것 같다. 그 엄마가 이 세상 마지막에 했던 행동은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해 책을 읽어주는 것이었다.

몇 년 전 상영된 한국영화 ‘마더’ 는 읍내 약재상에서 일하며 아들과 단 둘이 사는 엄마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녀에게 아들 도준은 온 세상과 마찬가지다. 스물여덟의 나이에도 제 앞가림을 못하는 어수룩한 그는 자잘한 사고를 치고 다니며 엄마의 애간장을 태운다. 어느 날, 한 소녀가 살해당하고 어처구니없이 도준은 범인으로 몰린다. 아들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엄마의 모습, 결국 아들을 위해 살인까지 하게 되는 모습은 ‘모성애’가 과연 어디까지 가능할까? 란 생각을 하게 했다. 이런 어머니의 눈물겨운 모습으로 관객들은 뜨거운 찬사를 보냈다.

이 세 가지 내용은 모두 ‘어머니’라는 이름만으로 가능한 일들이다.

이 세상에는 다양한 어머니가 존재한다. ‘Imperfect Endings’에서처럼 자식을 헤아리는 어머니, ‘타이타닉’에서처럼 끝까지 자식의 행복을 지켜주려는 어머니, ‘마더’에서처럼 자식을 위해 물불 안 가리는 헌신적인 어머니, 그리고 지금 자식들을 위해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서 있는 많은 어머니들, 이 모든 어머니의 모습으로 이 세상이 아름다워지는 것이다.

가정의 달이다.

자신의 이름을 포기하고 오로지 ‘어머니’라는 이름으로서만 살아가고 있는 어머니들, 지금 내 어머니의 모습은 어떤지, 어머니라는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이 지금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한 번쯤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자신의 초라한 모습이 혹여 자식들에게 해가 될까봐 더욱 더 몸을 사리고 있을 어머니, 그런 어머니들에게 지금 바로 ‘초라한’이 아닌 ‘멋있는’ 혹은 ‘당당한’이라는 단어를 앞에다 붙여주면 어떨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