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조선시대왕들의 생로병사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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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일 제주대학교수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가장 큰 복은 무병장수하고 자기 뜻을 이루는 것일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소득이 많았다. 첫째는 조선왕들의 삶과 병명(病名)을 통해 건강의 소중함을 다시 깨달았다는 것이고 둘째는 건강한 비결, 장수 비결을 터득한 것이다. 셋째는 저자의 이름 영민(英敏)이 암시하듯 그의 섭렵(涉獵)이 책 곳곳에 배어있음을 볼 수 있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건강한 삶의 비결-오쾌(五快)’를 몸소 실천하고 싶다. 쾌식(快食), 쾌면(快眠), 쾌변(快便), 쾌소(快笑), 쾌심(快心)으로 일상의 스트레스를 그야말로 상쾌하게, 유쾌하게, 통쾌하게 해소하여 귀중한 건강을 유지하고 싶다.
이 책에는 조선 역대 임금 27명의 생로병사, 삶과 궁중 생활에 얽힌 일화와 비화, 그리고 그들의 파란만장한 일생의 파노라마가 지은이의 박학다식한 특유의 필치로 펼쳐진다. 정사보다는 야사가 더 재미있듯이 이 책 또한 한 권의 정식 의학서보다 중수필체로 글 향기를 내뿜는다.
한 권의 수필 수상집 같은 맛이 난다. 그래서 이 책의 향기는 온실꽃보다는 들에 핀 야생화 같은 향기가 있다.
이 책에서 특히 필자의 눈길을 끈 것은 조선시대 역대 27명의 임금들과 같은 나이에 죽은 유명한 사람들의 운명을 숫자와 연관시킨 일종의 ‘수명 동질성 동기 부여’다.
이를 테면 태조 이성계가 74세에 죽었는데 페니실린을 만든 플레밍이 같은 나이에 죽었고, 제주의 김만덕도 74세에 죽었다는 것이다. 이방원이 56세에 죽었는데, 정몽주도 56세에 죽었다. 세종대왕, 충무공, 제갈량도 모두 54세에 죽었다. ‘한 시대의 지혜자였던 이들에게 54세는 무슨 의미의 숫자인가?’ 저자도 반문한다.
이들이 똑같은 나이에 죽었다는 ‘수명 동질성 동기 부여’의 의도와 그 의미가 궁금하지 않은가?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이며 수의 신비주의자이기도 한 피타고라스는 ‘수(數)가 만물의 근본’이라고 하였다. 그는 숫자에 윤리적이고 초자연적인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는데 1은 만물의 보편적 근본 원리요, 2는 자연에서 대립의 상대적 원리이며, 3은 1+2 즉 보편적 근원 원리와 대립의 상대적 원리 간 종합 또는 통일을 뜻한다.
숫자에 신성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피타고라스뿐만 아니라 인류의 보편적 현상이다. 서양에는 ‘그리스 7현’이 있고 우리나라에는 ‘죽림칠현’이 있듯이 숫자의 의미 부여에 동서양은 놀라울 정도의 유사성을 띤다. 그래서 나는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수를 존경하며 산다.
뜻을 펴지 못하고 간 조선의 임금들이여! 방방곡곡에 천아성 소리가 ‘뚜우뚜우’ 울려퍼져 조선의 큰 뜻을 이루소서! 청심원과 독삼탕을 올려 놓고 만수산 만수봉에 만수정의 샘물로 빚은 만수주 한 잔을 받으시고 향복무강 하소서!
복더위에 갈증을 그치게 한다는 청심연자음 한 알을 삼키고서 강영민 원장의 ‘조선시대 왕들의 생로병사’에 관한 서평을 적었다. 왠지 머리가 아프고 팔다리가 쑤신다. 그래서 양위탕 한 사발을 마시고 싶다. 서평 아닌 혹평을 한들 모든 병을 낫게 해주시겠지.
이 책은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을 곁에 두고 읽으면 훨씬 더 흥미롭고 유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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