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위령제(動物慰靈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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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철 수필가
동물위령제, 그것은 동물에 대한 연민의 정인가. 동물을 학대한 인간들의 참회인가. 인간과 동물의 화해 선언인가. 이는 분명 인간이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는 계기가 될 듯싶다.

얼마 전 모 일간지에 과천 서울동물원에서 동물들의 원혼을 달래는 위령제를 지냈다는 내용이 실렸다. 서울동물원에서 죽어가는 동물은 해마다 150마리 정도라지만, 맹수들의 먹이동물까지 합하면 수천마리에 달한다는 것이다. 우리에 갇혀 살다 간 동물들, 그것들이 인간으로 환생하여 자유롭게 살기를 기원하는 제사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도 실험동물 위령제를 지낸다고 한다. 동물공양지묘(動物供養之墓)라는 위령탑까지 세우고 말이다. 또한 한국폴리택바이오대학에서도 동물위령비를 세우고, ‘인류 복지와 보건을 위해 희생된 실험동물들의 영혼이 밝은 세계로 나아가길 바란다’는 비문까지 새겨 위령제를 지낸다.

그뿐인가. 지난 4월 5일엔 도로 개설로 통로가 막혀, 위험을 무릅쓰고 길을 건너다 죽어간 야생동물들을 위해 위령제를 올렸다고 한다. 통영거제환경연합이 거제 금강사와 공동으로 말이다. 거기에선 자연 훼손으로 고통 받는 동물들의 모습을 담은 영화 ‘어느 날 그 길에서’를 상영, 동물과 인간의 동행이 아름다움을 일깨웠다고 하지 않은가.

또 있다. 지난해 12월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제주를 제외한 전국을 휩쓸면서 살 처분된 동물위령제 말이다. 규모가 확대되고 형식이 다양해졌다. 명상학교 수선재(修仙齋) 28개 지역 선 뮤지엄과 온라인상에서 20여 일 동안 명복을 빌었다하지 않은가.

‘동물을 먹을거리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동물도 인간과 함께 살아갈 권리가 있다. 그럼에도 지금처럼 동물을 학대할 경우 그것들의 아픔은 미구에 인류에게 안길 것이다’ 라고 그들은 경고한다.

볼거리로, 실험거리로, 먹을거리로, 처참하게 죽어간 동물들, 그 한은 지구에 팽만해 있을 것이다. 그 증오의 살기가 인간을 공격해 오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그놈들의 고통은 아랑곳없이 집단 사육된다. 그들은 운동부족으로 면역력이 저하된다. 돼지의 경우 태어나 일주일도 안 되어 어미젖을 떼고, 면역체계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료를 먹게 되니, 소화기관에도 문제가 생긴다 하지 않는가. 이런 것은 돼지의 상황일 뿐 우리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육류를 먹는 인간에겐 문제가 될 게 뻔한 일이다.

제주에서는 지난 4월 23일 지구환경축제가 산지천 일대에서 열렸고, 그 다음날일엔 세계 7대 자연경관 제주 선정 기원 행사가 성산일출봉에서 열렸다. 아름다운 제주로 인정받으려는 노력이다. 아름다운 제주란 모든 생명체가 존중받는 곳이어야 할 것이다.

지난 날 제주에서 소는 농사일을 도맡아 해주었다. 돼지는 인분을 처리해주고 거름을 생산해 주었다. 닭은 계란을 낳아 식구들에게 영양을 공급해 주었다. 인간과 동물의 아름다운 동행, 그 때엔 구제역이 없었다.

작년에 신종플루가 전 세계를 휩쓸었다. 돼지 인플루엔자일 것이라고 화들짝 놀랐다. 집단 사육과 항생제의 오남용, 수백만 마리의 살 처분 매몰, 그것들의 부패로 인한 슈퍼박테리아의 출현과 인간 공격, 동물들의 한풀이가 시작될 조짐이다. 동물을 집단사육에서 해방시켜야 저들의 공격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제주는 평화의 섬이다. 인간만이 평화를 누리려는 것은 욕심이다. 동물위령제를 올려 진심으로 참회하고, 동물과 인간의 평화선언을 할 일이다. 그래야 제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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