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회복이 필요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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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기 농협중앙회 준법지원국장

최근 우리 사회 곳곳에서 국민의 신뢰도에 금이 가는 소리가 커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부실 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직전 예금인출 사태나 이 과정에서 드러난 대주주 및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 그리고 감독기관의 문제는 신뢰를 금과옥조로 여기며 은행을 이용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큰 상처를 준 사건이다.


신뢰를 잃고 있는 것은 비단 금융회사만이 아니다. 특임장관실이 지난 2월, 4월 두 차례에 걸쳐 전국 성인 남녀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인의 가치관’ 조사결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신뢰받고 있는 집단이 어디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청와대 또는 국회라는 답변이 각각 3.4%, 2.9%에 불과해 우리 정치권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져 있음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또 대기업 집단은 어떤가. 몇 조원의 수익을 내고 글로벌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협력업체를 무시하고, ‘통큰 치킨’ 사건과 같이 통 크게(?) 중소기업 영역을 넘보는 등 그들만의 리그에 국민들은 쉽게 마음을 주지 않는다.


민주화의 진전과 인터넷 등의 발달로 사회가 전보다 투명해지고, 글로벌 경제환경이 상호 의존적으로 바뀌면서 신뢰는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정치든 경제든 사회의 모든 영역이 국민, 소비자, 주주, 직원,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살아 남지 못하는 시대이다.


정치적인 신뢰는 곧 민심이다. 그것을 잃으면 선거에서 보듯 유권자의 버림을 받고, 심하면 국민에게서 위임된 권력마저 내놓게 되는 것이다. 또한 국민을 위한다고 내놓는 공공정책도 그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이해 관계자인 국민의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현장집행도 되기 전에 폐기될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시장의 신뢰가 중요하다. 기업이 재무적으로 취약하거나 구성원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부패 요소가 발생하면 시장은 즉시 신호를 보내 기업가치를 떨어뜨리고, 급기야 시장에서 조용히 퇴출될 수 밖에 없다.


가정사도 만찬가지다. 부부관계, 부모 자식간의 관계도 신뢰가 돈독하면 구성원의 유대가 강해지고 행복지수도 높아질 것이다.


세계적인 리더십 전문가인 스티븐 M.R. 코비는 그의 저서 ‘신뢰의 속도’에서 “신뢰의 수준이 올라가면 속도는 올라가고, 비용은 내려간다”고 했다. 신뢰를 얻으면 경제적, 사회적 속도는 증가하고 비용은 줄어드는 반면, 신뢰를 잃으면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고 사회의 발전은 더딜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사회적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모든 분야에서 윤리경영 정착을 통해 도덕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고, 법과 제도의 엄격한 준수와 인사, 예산, 계약 등의 권한있는 업무의 공정 투명한 처리를 통해 이해 관계자들에게 믿음을 주어야 한다. 또한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고객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보장하고 조직의 고유 가치를 일관되게 지킬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최근 기업에서 도입하고 있는 ‘업무 연속성 계획 (BCP)’도 한 예이다.


특히 기업의 경우 고유의 이윤추구를 넘어 지역사회 시민의 일원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의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과 상생, 이익 및 재능의 사회적 환원 등 공동체 구성원의 좋은 삶의 의미를 함께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이같은 노력들이 모여져야 사람들이 서로 신뢰하고 협동심을 발휘케 하는 사회적 자본이 축적되고 건전한 사회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사회를 유지하는 가장 큰 힘은 역시 상호간의 신뢰이기 때문이다.
5월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한라산의 신록을 떠올리며 그와 같이 아름다운 신뢰가 가득한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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