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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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태 <다층> 편집주간/시인
제주도, 본토의 사람들은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이름이다. 어쩌면 앞으로는 세계인들이 이 지명만으로 가슴이 설레는 곳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나는 제주에서 나고 자라고 살고 있기에, 제주의 토종이다. 그런 사람으로서 우리들이 안고 있는 아쉬움 몇 가지를 살펴보려 한다.

우선 제주공항에서 택시를 탔을 때 느끼는 것은 ‘무뚝뚝함’이다. 대부분의 기사들은 어디까지 가느냐고 묻지도 않고, 손님이 말할 때까지 어서 오라는 인사도 않는다. 나뿐 아니라, 제주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반응이었다. 그래서 매우 불쾌했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러면 그들에게, 그것은 ‘불친절’이 아니라, 제주 사람들이 몸에 밴 경계의식이라고. 외지인들에게 침탈만 당한 역사를 안은 사람들이기에 경계감부터 갖는 것이라고. 그러고는 마음 통하면 간 쓸개 다 빼주는 게 제주 사람들이라는 부연 설명까지를 하고 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해한다. 이는 꼭 택시 기사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단지 제주에 와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첨병(尖兵)들이기에 그런 오해를 받게 되는 것이다.

둘째는 끊고 맺음이 분명하지 않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나는 지난 12년간 ‘다층’의 주간을 맡으면서 전국 규모의 문예지를 편집하는 일을 해 왔다. 원고를 청탁하기 위하여 전화를 하면, ‘참 좋은 곳에 산다’고 부러워한다. 하지만 나는 의외의 대답을 하곤 한다. ‘오셔서 6개월만 견뎌 보십시오.’ 그러면 그들은 매우 의아해 한다. 세상에 그리 좋은 곳이 어디 있느냐고. 그렇게 좋은 동네 살면서 무슨 소리냐고. 그도 그럴 것이, 제주에서의 삶은 꼭 어항 속의 붕어와 같다. 서너 발짝만 움직여도 아는 사람이요, 한 다리만 걸치면 대부분 아는 사람이다. 심지어는 공공기관에 근무하면서 법이나 규정으로 안 될 일도 친인척이 부탁을 해서 들어 줬다가 낭패를 겪는 일도 여럿 보았다. 그렇다고 그 흔한 과자 한 봉지 얻어먹은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셋째는 생각이 좁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제주가 국제자유도시라 하여 우리 섬을 들뜨게 한 일이 있다. 그런데 ‘빛 좋은 개살구’가 되었다는 게 우리들의 공통적인 불만이다. 하지만 뒤집어서 과연 우리가 국제자유도시를 얼마나 준비했는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다른 것들은 제쳐두고, 우리들의 의식(意識)을 생각지 않을 수 없다. 언젠가 나는 시에서 ‘수평선을 넘지 못하는 사람만 섬에 산다.//몸뚱이가 너무 무거워 수평선을 넘지 못하는//사람들만 수평선에 갇혀 산다.//수평선을 넘어서는 순간//수평선이 그들의 목을 졸라 맬 것이라고 믿는//사람들만 섬에 산다.’고 쓴 일이 있다.(…바다에는 수평선이 없다…에서) 제주인의 눈으로만 제주를 바라보지 말고, 외지인들의 눈으로 제주를 바라보는 안목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이다.

넷째는 자기 동네 것은 낮잡아 보는 버릇이 있다. 물론 이는 우리만의 특징은 아닐 것이다. 자기 동네 무당 용한 줄 모른다는 말이나, 자기 동네 처녀 예쁜 줄 모른다거나, 고향에서 선지자가 없다는 말이 있지만, 제주도 사람들 스스로가 제주의 가치를 너무 가벼이 여기는 경향이 있다. 제주의 문화, 제주의 예술, 제주의 인물, 제주의 자연, 제주가 가진 모든 것이 국제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마음 깊이 새겼으면 한다.

생각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각자의 점진적인 노력이 뒤따른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리라 생각한다. 국제자유도시 아닌가, 특별 자치도 아닌가 말이다. 우리 제주가 나아갈 길이 ‘과거’에 매달려 ‘우리끼리’만 옹기종기 살기 위해 ‘세계 7대 자연경관’에 도전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명불허전(名不虛傳)의 제주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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