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정치인
갈대 정치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대통령 선거를 앞둔 요즘 정치인들이 이 당(黨), 저 당 기웃거리는 것을 보면서 추한 생각마저 든다. 어떤 때는 떼를 지어 이 당으로 우르르, 저 당으로 우르르 몰려든다.

사람들은 이러한 정치인들을 ‘철새 정치인’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어디 이들이 철새만큼이나 한가.

그래도 철새들은 제철이 되면 꼬박꼬박 제 둥지나 제 삶터를 어김없이 찾아온다. 낙동강 철새는 해마다 낙동강으로, 제비들은 봄만 되면 제 집으로 날아 온다. 그래서 동료애를 돈독히 하고 부부애도 나누면서 새끼까지 친다. 이렇게 한 철을 지내다가 계절이 바뀌면 다른 지방으로 날아갔다가 또 찾아온다.

우리 정치계에 철새만큼 한 정치인이나마 몇이나 되는지 궁금하다. 당을 떠났다가도 그 당이 그리워 다시 찾아와 일을 열심히 하면서 우정을 나누는 그런 정치인이 결코 흔하지 않다. 일단 당을 떠나면 소속했던 당과 동료들은 원수가 된다. 별의별 권모술수, 중상 모략, 인신공격이 총동원된다. 평생 한 정당만을 위해 정치생명을 건 의로운 텃새 정치인이 너무 적다. 차라리 텃새 정치인은 못될망정 철새 정치인이라도 되었으면 조금은 나을 법하다.

이 시대 정치인에게 철새 정치인이란 별칭은 과분하다. 그들은 ‘갈대 정치인’이다. 정치바람 풍향따라 이리 뛰고, 저리 뛴다. 그러다 보니 나라도, 민생도 어려워진다.
이처럼 오락가락하는 갈대 정치인들의 정당들은 제대로운 정당일 수가 없다. 그것은 우리의 정당사(政黨史)가 잘 말해 주고 있다.

건국 초기의 정당들은 제외하더라도 정당법이 제정된 1963년 이후 명멸한 우리나라의 정당은 모두 81개다. 1년 평균 약 2개의 정당이 모습을 보였다가 어느 틈에 사라지고 만다. 올해는 또 몇 개의 정당이 새로 태어날까. 정당 중 가장 수명이 긴 것이 민주공화당의 17년6개월이다. 외국의 50년, 100년 이상의 정당들이 부러울 지경이다.

심지어 1개월19일짜리 한독당이 있었는가 하면, 1990년 3당 통합 같은 ‘한 군데 모여’식 합당도 30차례다. 당끼리 합당이나 연합을 탓할 수야 없지만 집안싸움을 하다가 갈라서는 게 문제다. 이른바 ‘모여, 헤쳐’ 정당들이다.

약 40년간 81개의 정당이 살고, 죽고 하다 보니 이제는 이름 붙이기도 어려울 듯하다. 하기야 머리에 신자(新字) 하나만 더 붙이면 해결이 될지도 모른다. 갈대 정치인들은 모름지기 정당이 아닌 갈대밭으로 가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