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감귤 생과 출하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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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결실의 계절, 가을이다. 가을이 되면 제주도민들에게는 너나없이 노지감귤 가격이 어떻게 형성될지가 최대 관심사다.

올해산 노지감귤의 경우 예상생산량이 지난해보다 적고 당도도 예년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분석됨에 따라 감귤 농업인들은 좋은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하고 내심 기대를 했다.

이를 반영하듯 도내 지역농협이 지난 10일 서울 가락동 농산물도매시장 등 대도시 공판장에 극조생 노지감귤을 처음 출하한 결과 전국 7개 지역 공판장의 평균 경락가가 1만6800원을 기록, 감귤 농업인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그러나 이 같은 희망은 5일 만에 여지없이 깨졌다. 지난 15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 7개 지역의 공판장에서 15㎏ 들이 평균 경락가가 9200원으로 폭락한 것이다. 감귤 농업인들에게는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극조생 감귤 출하 초기 가격 폭락 사태는 크게 출하량 조절과 부패과 발생 때문이란 분석이다.
우선 출하량이야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지역농협은 물론 일반 감귤 상인들이 조절해 나감으로써 단기적인 처방이 가능하다.

하지만 부패과 발생은 사정이 다르다. 제주 감귤이 전국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어 소비가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가 이 때문이란 것을 알 만한 도민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감귤정책을 입안, 추진하는 지방자치단체와 감귤 유통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지역농협은 수년 동안 이를 개선하는 데 너무 소극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현재 출하되는 상당량의 감귤이 아세틸렌이나 카바이드를 사용해 껍질을 노랗게 익히는 후숙과정을 거쳐 선과기 선별과정에서 번들거리게 하기 위한 왁스 코팅을 답습하고 있어서다. 이 같은 인위적인 후숙과 광택제 사용이 품질을 떨어뜨리고 부패과를 발생시킨다는 점은 감귤 농업인뿐 아니라 지자체, 지역농협 관계자들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데도 말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은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친환경 농산물 구입에 주저하지 않는 게 현실임에도 제주 감귤 출하과정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오히려 역행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지난해부터 도내 일부 감귤 농업인들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고 소비자를 대상으로 직거래를 추진하면서 아세틸렌, 카바이드를 사용해 후숙하지 않고 광택제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채 꼭지 부분이 푸른 색을 띤 감귤이 생과임을 알리며 출하해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서울시 농수산물공사가 공식적으로 ‘푸른 색이 도는 감귤이 생과’라며 소비자의 인식 전환을 위한 시식행사를 여는 등 이를 홍보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감귤은 제주지역의 생명산업’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지자체나 지역농협이 부끄러워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제라도 지자체와 지역농협은 감귤 품질을 떨어뜨리고 부패과를 양산하는 잘못된 후숙행위와 광택제 사용을 과감하게 근절하고 꼭지 부분에 푸른 색이 도는 감귤이 생과라는 사실을 알리는 데 적극 앞장 서야 한다.

그동안의 관행으로 인해 인위적인 후숙과 광택제 사용을 거친 감귤을 상품으로 여기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하루빨리 바로잡아주려는 노력이 진정한 상도이기에서다.

혹자는 지자체나 농협만 해서 되겠느냐고 반론을 제기할 수 있으나 계통출하되는 감귤량이 가장 많은 농협이 적극적으로 나서 소비자들의 잘못된 인식을 바꿔 나간다면 일반 상인들은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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