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독살 기도와 다이옥신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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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 개월동안 한국 축산 농가가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로 시름하는 동안 독일은 ‘다이옥신 사료’ 사태로 난리였다. 돼지고기와 계란, 닭고기 등에서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허용치보다 최대 77배가량 검출돼 파문이 시작됐다. 독일 13개주 농장 4,700여개가 폐쇄됐고 한국과 영국, 네덜란드 등은 관련 제품에 대한 수입을 금지했다.

다이옥신에 의해 2004년 12월 우크라이나에서 야당 대선 후보, 빅토르 유셴코가 ‘정보국에 의해 독살당할 뻔했다’고 주장했던 일이 있었다. 유셴코를 임상치료해 왔던 스위스 의료진은 3년 넘게 추적해온 그의 몸속 다이옥신 농도를 영국 의학전문지 『랜싯』에 발표한 적이 있다. 유셴코는 다이오신에 의해 얼굴에 우툴두툴한 종기 비슷한 것이 돌출하는 등 문제점이 발생했지만, 대통령에 당선돼 2009년까지 5년 임기를 마쳤다.

요즘은 주한미군이 1978년 경북 칠곡의 캠프캐럴 미군기지 내 땅속에 고엽제(枯葉劑, 에이전트 오렌지)를 대량으로 파묻었다는 전직 주한미군의 증언 때문에 국내 사정이 소란스럽다.
이 고엽제는 ‘인류가 발명한 최악의 물질’이라는 다이옥신을 함유한 독성 제초제이다. 1960년대 베트남 전쟁에서 미군이 대량 살포해 정신질환, 기형아 출산, 암유발 등 부작이 나타나면서 오염물질의 대명사로 부각되었다.

다이옥신을 환경 호르몬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다이옥신이 내분비 혹은 면역체계를 교란시키고 2세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다이옥신(2,3,6,7-tetrachlorodibenzo-p-dioxin, TCDD)은 유기화합물을 연소하는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염소가 존재하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종이, 담배, 플라스틱 등 우리 주변에 염소를 함유한 물질은 상당히 많다. 그래서, 쓰레기를 소각하는 과정에서 다량의 다이옥신이 생성되기 때문에 소각로에서 이의 배출 허용기준을 엄격히 규제하기 시작했다.
소각로에서 다이옥신은 쓰레기에 포함된 유기화합물과 염소 함유 물질, 낮은 온도로 인한 불완전 연소, 구리나 알루미늄과 같은 금속의 촉매작용 등에 의해 많이 생성된다.

화장장 부근에서도 다이옥신이 검출될 수 있는 확률이 높다. 죽은 사람 몸에도 다이옥신을 생성할 수 있는 유기화합물, 염소, 그리고 금속들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화장할 때 완전연소에 필요한 적정온도 유지 등 특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다이옥신은 안정하며, 동물의 지방에 녹기 때문에 물고기, 포유류의 지방을 거쳐 환경에 계속 축적이 된다. 결국 인간에게도 오염이 되는 물질이다. 그래서, 물고기나 동물의 지방이 포함된 재료를 사용한 음식의 경우에는 기름에 녹는 다이옥신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즉, 동물성 지방을 섭취하는 식사를 많이 할수록 다이옥신이 체내에 흡수될 확률이 증가한다.

다이옥신으로 인해 인류의 건강은 물론 자연 생태계가 위협당하는 상황에 봉착해 있다. 그러나, 다이옥신의 발생 원인과 검출 방법을 알고 있으니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예방과 사후 대책 마련에 많은 노력을 경주해야 될 것이다. 우리는 과학의 토양을 떠나서는 자연과 인간의 삶을 생각할 수 없음을 항상 인식해야 된다.
<제주대학교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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