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配慮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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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타지방 대도시에서 겪었던 일이다. 새 차를 사서 한 달 정도 탔을 즈음인데 도심 인적이 뜸한 곳에 주차해 30분 정도 볼일을 보고 돌아와 보니 운전석과 뒷좌석 문의 표면에 깊고 기다란 홈이 파여 있었다.

제주에서는 2년 전쯤 학교 주차장에 세워둔 차량 조수석 문짝이 푹 들어간 적이 있었다. 불과 며칠 전에는 동료 교수의 차도 필자와 같은 불상사를 겪어 기십 만원의 수리비가 들었다 한다.

최근에는 아침운동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섰는데 세워둔 차량 트렁크 부분이 찌그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기분이 언짢아 파출소에서 신고하려 했으나 목격자도 없고 자칫 이웃 간 의가 상할 것 같아 보험 처리하고 말았다. 이와 유사한 일이 그 전에도 있었다고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이 내게 귀띔을 해주었다.

이러한 불상사는 아파트를 경비하는 분들이 자정 이후에 한 시간 간격으로 철저히 순찰만 돌았어도 예방할 수 있는 일이며 남의 차를 훼손시켰으면 쪽지를 남겨서 보험으로 처리해줄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도 나 몰라라 도망치는 비뚤어진 양심을 어떻게 풀이해야 할까. 이네들이 과연 도둑과 다른 것이 무엇일까.

독일이나 스위스 등 유럽과 일본에 사는 교포들 얘기로는 30년을 그곳에 살아도 이렇게 차 때문에 속상한 일을 겪어 본 적이 없다 한다. 시내에서도 흔히 목격하는 일이지만 5.16도로를 타고 출.퇴근하다 보면 차창 밖으로 껌을 뱉거나 담배꽁초, 휴지 등을 버리면서 과속에 추월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가 있다.

또한 심야에는 폭음을 내며 질주하는 모터사이클이나 승용차에 굉음기를 달고 달리는 폭주족들 때문에 잠을 설치는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가 사는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지린내가 진동했고 1층 엘리베이터 탑승구 주변 역시 방뇨로 인한 지린내로 손수건으로 코를 감싸야 할 지경이었다. 관리실에 강력히 항의하여 경고문 등을 게시하고 소독한 뒤에야 악취가 없어졌다.

아파트 공사시 철저한 방음시설 여부도 문제가 되겠지만 밤낮을 가리지 않고 천방지축으로 위층에서 뛰노는 아이들은 왜 제어가 아니 되며 식당이나 버스, 지하철 내에서 어른보다 어린아이가 자리를 독차지하고 끊임없이 소리치며 이리 저리 달리는 모습을 왜 부모 된 사람들은 방치해 두는 것일까.

외국에 나가서 혹 이런 모습을 보면 그저 나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것이 부끄럽고 외국인 애 엄마들의 엄격한 자녀 통제에 탄복을 금치 못하게 된다. 누군들 제 자식 사랑스럽지 않을까 마는 진정한 사랑은 맹목적이 아닌 엄격함과 절제가 가미된 사랑이 아닐까.

영국 격언에 ‘매를 아끼면 자식을 망친다(Spare
the rod and spoil the child).’ 라는 말이 있다. 근간 우리네 나이 어린 자식을 둔 부모들은 자식들을 어떻게 키우고 있는지 한 번쯤 자성(自省)해 볼일이 아닌가 한다.
우리는 선진국 진입이 월드컵 4강 진출이나 국민소득이 높아진 데서 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상대방을, 이웃을, 남을 알게 모르게 서로 배려하는 분위기가 전 국민 사이에 확산되어 정착될 때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는 자격이 갖추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인은 자식이 태어나면 말을 이해할 수 있을 때부터 항시 반복해 가르친다 한다.

“집에서는 물론이요, 밖에 나가면 절대로 남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우리는 현재 자식들을 집안에서 어떻게 키우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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