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의실종(下衣失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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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수 前 제주예총회장/시인
가수 윤복희가 1960대 미국에서 귀국할 때 ‘미니스커트’를 입고 와서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했던 한국은, 춥고 배고픔 해결이 급선무이지, 이 호사스러운 한 젊은 여성의 상식을 초월한 과다 노출에 다들 화들짝 놀랐지만 1회성 태풍으로 그치고 말았다. 여성의 과다 노출도 풍속사범으로 단속 대상이 되었던 군사정권시절이었으니, 당시 신문의 가십 만화들이 여성의 스커트 길이를 센티자를 들이대며 단속하던 우직한 단속반 아저씨의 모습이 지금도 떠올라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미국의 ‘미니스커트’는 루소 등의 자연주의 교육사상과, 듀이의 실용주의적 경험론을 배경으로, 20세기 전반의 미국 교육개혁운동을 지배했던 실패한 진보주의 ‘열린교육’의 부산물로서, 개방적인 미국 청소년들의 성문란의 한 단면이 한 연예인에 의해 멀리 태평양을 건너 날아온 것에 불과했다.

‘학우들과 싸우지 않고 지내기’ ‘협조하고 도와주며 살기’ ‘인생을 긍정적으로 보기’ 등 다양한 인간중심적 인성교육 프로그램으로, 수업시간마다 공부 대신 착해지라고 손에 손잡고 서로를 칭찬하며 놀게 하였더니, 그 결과는 참담했다. 성적은 형편없이 추락했고, 아이들은 오히려 더 난폭해졌다. 아동의 자유를 너무 강조하여, 사회적 통제를 무시하고, 개인주의 경향은 사회적 요구를 도외시했고, 문화적 전통을 무시하는 결과가 초래됐던 것이다.

마침내, 1955년에 ‘열린 교육’을 주도하던 미국의 ‘진보주의 교육협회(PEA)’가 해산됐고, 1957년 소련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발사로 소련 과학이 미국 과학을 처음으로 앞지른 사태가 벌어졌다. 이것으로 미국의 ‘진보주의 교육’은 결정적 타격을 받았고, 1958년 국가방위교육법(NDA)을 제정하고 능력주의를 강조하는 교육으로 바뀌어 나가게 되었다.

이런 실패한 교육사조를 여과 없이 받아들여 답습(?)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은 어떠한가?

1990년대 하반기 한국을 뒤흔들었던 ‘열린 교육 열풍’도 따지고 보면, 모두 실패한 미국의 교육 사조를 답습해온 것이 아니던가?

게다가 요즘, 몇몇 시도 교육감이 불쑥불쑥 내뱉는 정제되지 않은 정책들은 다 어떤 교육사조에 근거한 정책들인지 묻고 싶다.

“학생 체벌 전면 금지!” “두발·교복 자율화!” “학생 인권법 제정 논의!” 등 인간중심 교육사상을 그대로 베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너무나도 정당한 것 같으면서도, 논란과 역기능이 커 보이는 정책들을 거침없이 쏟아내어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올 것이 온 것일까?

‘미국의 미니스커트’가 상륙한 지 40년이 지난 요즘에 와서야 왜 갑자기 교복치마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영국 공영방송 BBC가 “한국에서 교복치마 길이가 짧아지면서 이에 수반되는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점점 짧아지는 교복치마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를 놓고 언쟁하고 있다. 특히 강원도의회는 교실책상 앞가림 판을 설치하는 목적으로 70만 달러의 예산을 승인할지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뉴시스> 박성환 기자의 기사에서, C고등하교 김모(37) 교사는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분위기 때문에 학칙도 완화돼, 교사들이 예전처럼 지도하는 데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학생들 역시 말을 듣지 않아 교사들도 자포자기한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요즘 인터넷 사이트 검색어로 ‘하의실종’이 단연 인기다. 윤복희의 미국식 ‘미니스커트’가 한 물 가고, ‘초미니스커트’를 지나, ‘하의실종’ 교복시대가 열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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