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은 사과-배 등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대표적 과실이다. 때문에 배-사과가 주산지에서 차지하는 경제적 비중이 큰 것만큼 감귤 역시 제주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아니, 지역 총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사과나 배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높다. 생산량에서도 감귤이 풍작일 경우에는 배-사과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장력에서는 감귤이 배-사과보다 월등히 취약하다. 그래서 감귤은 사과-배보다 몇 배나 더 처리난을 겪고 있다. 정부의 대외무역정책에서도 다른 과일에 비해 감귤이 매우 불리해지고 있다. 몇 년 뒤에는 감귤 생산 대국인 중국산이 밀려오게 돼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종합적인 면들을 고려한다면 차라리 사과나 배는 수입자유화 품목으로 포함시키더라도 감귤은 제외시켜야 한다. 그럼에도 한국-칠레 무역협상이 거꾸로 가고 있다. 아무리 선의적으로 해석하려 해도 정부는 힘이 세고 유권자가 많은 다른 시-도의 편이지, 인구 55만명뿐인 제주는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칠레산 감귤 수입자유화 이후 무관세쿼터량이 연간 100만t에 불과하고, 추가 물량에 대해서는 150.4%의 관세를 부과하게 되므로 단기적인 피해는 적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감귤이 일단 수입자유화 품목에 들어 있는 한, 추가 물량에 대한 관세 철폐문제가 차기 협상대상에 해당돼 수년내에 칠레산 감귤 수입량이 크게 늘어난다는 것은 짐작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이렇게 되면 제주감귤은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시달리는 격이 되고 만다. 안으로는 감귤에 대한 정부의 푸대접이 그것이요, 밖으로는 미국산 오렌지와 중국-칠레산 감귤의 국내시장 잠식이 그것이다. 정부가 이를 방관하는 한 감귤산업은 끝내 붕괴의 길을 가게 될 뿐이다.
정부는 한국-칠레 무역협정에서만큼은 쌀-사과-배와 더불어 감귤도 수입자유화 협상대상에서 제외해 주기 바란다. 물론 쇠고기-닭고기-돼지고기 등 축산물에 대한 협상에서도 양축농들의 어려움이 반영되도록 가시적인 성과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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