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제주인 賞’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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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두심씨는 빼어나게 예쁜 얼굴은 아니다. 그렇다고 요새말로 쭉 빠진 몸매를 갖춘 것도 아니다.

또한 연기전문학교를 다녔거나 소위 그 분야에 연줄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정상에 섰다. 대중적인 유명세로만 따진다면 그녀를 따라갈 제주인은 아직 없을 것이다.

우리는 배우생활 30여 년 동안 그녀가 남긴 연기 장면들을 너무나 잘 기억하고 있다. 빼어나게 예쁘지 않으면서 또한 미운 곳이 한 군데도 없는 그녀만이 가지는 캐릭터는 어느 배역을 맡겨도 똑 부러지게 해냈다.

당찬 역이든, 가련한 역이든, 화려한 역이든, 그것은 완벽함을 넘어 실제 그녀의 모습이었다. 그만큼 그녀는 연기를 위해 태어난 여자였다.

몇 년 전 그녀는 어느 TV에서 마련한 연기대상을 받고 나서 인터뷰하는 장면이 있었다. 도중에 고향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제주인이었기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일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고향을 떠나 살아 본 제주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솔직한 고백이었다. 더구나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살아가는 배우의 세계에서는 오죽했으랴.

그녀의 얘기를 직접 빌린다면 ‘촌년’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죽기 아니면 살기로 버텼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자그마한 몸집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녀의 연기력은 오히려 제주인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얘기가 된다.

어디서든 섬 여자라는 시선에 굴하지 않고 오직 연기력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그녀의 오기는 그녀 안에 잠재되어 있는 제주여인의 강인함이 바탕이 되었지 않나 싶다.

여하튼 그녀는 아름답다. 연기를 떠나 거침없이 미소짓는 그녀의 얼굴을 보면 제주 여인도 이렇게 아름다워질 수가 있구나 하고 가슴 뿌듯해진다. 우리는 꽃을 보고 예쁘다라기보다는 아름답다라는 느낌과 표현이 훨씬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그녀를 아름답다고 표현하는 이유도 꽃처럼 자연스럽게 주위를 밝혀 주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가 제주예총회관 건립기금 모금을 위해 무려 7박8일간이나 제주도일주 도보순례를 벌였다. 그녀의 고향에 대한 사랑은 이번 일만은 아니다. 제주도에서도 제주평화포럼처럼 중요한 세계적 행사에 참석시켜 자리를 빛내게 하는 등 그녀의 유명세를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필요할 때만 불러다 활용할 것이 아니라 그녀의 명분도 세우고 고향에서는 그녀의 유명세를 통해 실리적인 지역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나갔으면 좋겠다.
100만 제주인이라고 친다면 그 중 반 가까운 제주인들이 고향을 떠나 살고 있는 셈이다.

거기에는 각 분야에서 전문가로 성공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 말하자면 제주인이라는 멍에를 짊어지고서도 그 분야에서 우뚝 선 제주인들이다. 우리는 그들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 그리고 제주도를 발전시키는 에너지로 활용하여야 한다. 물론 행정적 차원에서는 지금도 전문가의 역할을 지원받는 측면도 있으나 더 체계적인 관리와 대우가 바람직하다.

이제는 제주도가 살기만 좋은 곳이 아니라 좋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 되어야 한다. 인재를 쓰러뜨리는 환경이 아니라 인재를 키우는 사회적 정서가 이루어져야 한다.

남아 있는 우리끼리 옥신각신 다툴 것이 아니라 멀리서 고향을 향해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그들의 고견을 듣는 뼈아픈 성찰의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방법이다.

차제에 ‘아름다운 제주,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지역사회통합운동이라도 벌여 나갔으면 한다. 여기에는 아름다운 고향을 떠나 아름답게 살고 있는 제주인들에게 우리의 억지다툼을 화해시킬 수 있는 중재자 역할을 수행토록 하면 어떨까.

그래서 이러한 운동에 부합되는 사람에게 줄 수 있게 ‘아름다운 제주인 상’도 제정하자. 인적 네트워크 활용은 행정적인 차원에서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인 차원에서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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