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경제의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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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한국은행 제주본부장

요즘 그리스 재정위기가 다시 부상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증시가 요동을 치고 있다. 내년에 대규모 채무가 만기도래하는 상황에서 재정건전화 등 경제개혁 프로그램의 이행에 대한 그리스 국내의 반발이 심해지면서 채권자들이 그리스의 재정긴축 의지에 대해 불안해하고 추가 지원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국가부도로까지 이어질 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 재정이 어려운 주변국으로까지 전염될 수 있으며 이 경우 세계경제의 앞날을 장담하기 어렵다. 그리스사태는 정부가 수입을 초과해 빚을 얻어 마구 쓰다 보니 적자가 누적돼 부도상태로까지 간 사례라 할 수 있다.

 

한 국가의 부도로 인해 국민들이 겪는 고통은 우리가 더 잘 안다. 1997년말의 외환위기 경험이 있어서이다. 우리나라의 외환위기는 기업의 과도한 빚에서부터 출발됐다. 당시 우리 기업들은 각종 투자유인을 주고 저리로 자금을 공급해주는 정부의 지원 아래 은행돈을 마구 끌어다 투자를 했으며 중복투자도 많이 했다. 그 결과 국내기업들의 부채비율은 계속 높아져 1997년에는 396%에 이르렀다. 지금 우리기업들의 부채비율이 100%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당시 우리 기업들의 빚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 경기가 좋지 않게 되자 한보, 기아 등 대기업들이 무너졌고 이는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졌다. 게다가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면서 외채도 계속 늘어갔다. 이 때 태국 등 동남아 금융위기가 발생했고 한국금융기관도 불안하다고 여긴 외국자본의 급격한 자금회수가 시작되면서 결국 우리나라의 부도로까지 이어졌다. 기업들의 빚이 국가부도를 초래한 셈이다.

 

지난 2008년 9월 미국에서 발생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가계의 빚에서부터 시작됐다. 주택가격이 상승하자 미국 가계들은 늘어난 주택가치를 담보로 빚을 더 늘렸고 빚을 더 얻어 주택을 매입하면 주택가격이 또다시 상승하는 악순환이 오래 지속됐다. 이에 따라 미국의 가처분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0년 105%에서 2007년에는 143%까지 급등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가 둔화되고 주택가격이 하락하자 미국 가계들은 빚을 갚지 못하게 됐으며 이는 주택담보대출과 이 대출에 연계된 수많은 금융상품의 부실화로 이어져 리먼브라더스와 같은 대형 금융기관들의 파산에 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많은 가계들의 빚이 결국 경제위기로까지 이어진 사례이다.

 

사실 경제주체들이 경제활동을 함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빚은 필요하다. 개인이건 기업이건 빌린 차입금을 지렛대(leverage effect)로 삼아 투자수익률을 높이고 자산도 증대시킬 수 있다. 정부도 자금차입을 늘려 복지지출을 늘릴 수도 있다. 경기 등 여건이 좋을 때에는 이러한 빚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경제상황이 나쁜 쪽으로 바뀌었을 때에 발생한다. 채권자들은 손실을 줄이기 위해 우선적으로 빚이 많은 채무자의 채무를 회수하려 하고 이렇게 되면 능력이 없는 채무자는 파산할 수밖에 없으며 그 영향은 금융기관 부실로 고스란히 연결된다. 이는 다시 실물경제의 위축으로 이어져 결국 경제위기가 초래되는데 이것이 경제위기가 발생되는 전형적인 과정이다.

 

빚에 의존하는 경제는 대외충격에 취약해지는 특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건전한 경제는 대외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최근 많은 언론이나 정책당국에서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빚 경제의 위험은 가계든 기업이든 중앙정부든 지방자치단체든 모든 경제주체들에게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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