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잃은 부모, 아버지를 잃은 자식들. 또 형제들을 잃은 온 가족이 비통 속에 나날을 지내며 그나마 6월 6일 현충일 날 충혼묘지에 참배를 하고 이웃 유족들과 한자리에 모여 정담을 나눌 수 있는 날이 공휴일인 현충일이다.
그런데 정부가 주 5일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현충일 등 정부가 주관하고 있는 기념일을 공휴일에서 일부 제외시켜 토요일로 변경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하니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때까지 6월 6일 현충일은 전 국민에게 잊혀지지 않은 날로 각인된 확고한 국가의 제삿날이다. 현충일은 예부터 24절기 중 망종일로 제사를 지내는 풍습에 따라 1956년에 제정, 순국선열과 전몰호국 영령의 숭고한 얼을 기리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6월 6일로 정한 것이라고 전해 들었다.
이렇게 의미 깊은 날임에도 불구하고 주 5일 근무제로 인하여 휴일 일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또 경제논리를 이유로 해서 50여 년간 지내온 국가의 제삿날을 변경한다는 것은 심각한 망발이다.
특히 현충일 행사를 주중에 실시하고 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놀러 가는 날로 생각하기 쉬운데 만일 현충일을 토요일로 정한다면 매년 현충일 행사가 다른 날짜에 행해질 뿐만 아니라 주말 연휴 분위기에 편승하여 우리 국민들에게서 멀어지고 잊혀져가는 날이 되어 추모의 뜻을 찾아보기가 어렵게 될 것이다.
정부는 의미 깊은 추모일인 현충일을 토요일로 바꾸려 하지 말고 그대로 존속시켜 경건하고 엄숙한 추모 행사가 이루어지도록 하여 전국민에게 현충일의 뜻을 마음 속 깊이 되새길 수 있게 하여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현충일을 조국을 위해 산화한 호국영령의 명복을 빌고 전몰장병을 추모하여 유족에게 조의를 표하는 정부 주관 제사로 거행, 그들의 유지를 욕되게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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