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가 더 아름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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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용 한국 최초 세계 100대 골프장 선정위원
▲최근 인터넷 검색사이트에서 프랑스와 관련된 두 개의 ‘칸’이 인기 검색어로 등장한 적이 있다.

세계 3대 국제영화제 중 하나인 칸 영화제는 세계 영화스타들이 서고 싶어하는 꿈의 무대다. 영화 ‘생명의 나무’(테렌스 멜릭 감독)에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안겨주고 지난달 22일 막을 내린 칸 영화제는 한국과 인연이 많다.

박찬욱 감독이 ‘올드보이’(2004)로 황금종려상을, 2007년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임권택 감독이 2002년 감독상을 받았다. 이번 64회 영화제에서도 한국은 김기덕 감독의 아리랑이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받아 한국영화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화려한 스타들의 무대 의상과 주옥같은 작품으로 세계 영화팬들을 흥분시켰던 칸 영화제가 막을 내릴 무렵 또 하나의 ‘칸’이 이번에는 화려한 인생무대 위에서 씁쓸이 퇴장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상상을 해보자. 벌건 대낮에 알몸을 한 사내가 청소차 호텔방에 들어온 여종업원을 덮치려 이방 저방을 쫓아다닌 모습을…. 참지 못한 한순간의 색정으로 인생의 화려한 무대에서 천길 낭떨어지로 추락했다면 얼마나 웃기고 기막힌 해프닝인가. 전 IMF 총재 스트로스 칸의 얘기다. 그는 며칠 전까지만도 세계 금융계의 황제로 군림하던 유명인사다.

IMF는 금융위기를 맞은 나라에겐 저승사자이거나 구세주 ‘두 얼굴의 존재’이다. 1997년 IMF 위기를 경험한 한국인에게 결코 잊혀지지 않는 이름이다. 국가파산 위기에 몰린 그리스가 칸의 구원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나타나야 할 구세주는 섹스 스캔들로 뉴욕경찰에 체포돼 수갑을 찬채 구치소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프랑스 재무장관 출신으로 IMF 총재를 역임하며 그동안 쌓았던 국제적 명성은 물론 프랑스 사회당 유력 후보로 내년 대선 티켓마저 날려버렸다.

▲남자들의 발정증후군은 때때로 예기치 않은 화를 부른다. 클린턴과 타이거 우즈가 대표적인 주인공들이다. 미국 현역 대통령이던 클린턴은 백악관 자기 집무실에서 인턴사원과 나눈 부적절한 관계를 고백하며 세계인의 웃음거리가 되고,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숨겨논 숱한 여성들과의 문란한 엽색 행각이 폭로돼 만신창이가 됐다. 약물치료 등 5개월간 근신의 시간을 거쳐 복귀는 했지만 그는 더 이상 황제가 아니었다. 전성기 때 보여줬던 신들린 샷은 간곳이 없고, 컷오프도 심심찮게 보이며 몇 년간 지켜오던 세계 1위 자리에서 내려온 지도 오래다.

▲정상에 서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것을 지키기란 더 어렵다. 인생이든 스포츠건 프로의 세계에서 롱런에 가장 필요한 것은 뭐니해도 철저한 자기관리다. 그런 점에서 탱크 최경주는 살아있는 교훈이다.

그는 지난 5월 5대 메이저중 하나인 ‘더 플레이스 대회’에서 감격의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직후 캐디와 포옹하며 눈물을 글썽인 감동의 사진 한장. 그 속에는 인내와 성실, 노력이 밴 그의 40년 인생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올해 우리 나이로 44살, 40대 중반에 접어든 그는 스포츠인으로 황혼의 나이다. 그러나 그는 질주를 멈추지 않았다. 무소의 뿔처럼, 또는 탱크처럼…. PGA 7승(더 플레이스 대회 우승포함 8승)으로 얻은 명예와 부에 안주하지 않았다. 자칫 오만과 자기도취에 빠질까 스스로에게 채직찔 하며 깊은 신앙심으로 정신력을 키웠다. 따르는 후배들에게 주는 첫번째 충고가 ‘정신관리’이다. 자신의 최대약점이던 퍼팅자세도 과감히 바꿨다. 체력전에 뒤질새라 몸만들기도 소홀하지 않았다. 대중의 기억에서 자칫 ‘한물간 선수’로 묻힐 뻔한 자신을 ‘진주’로 변신시킨 그의 부활의 몸짓이 그래서 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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