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소멸은 결코 새로운 일이 아니다. 수천 개의 언어가 이미 사라졌다. 다만 언어의 소멸 속도가 놀라울 만큼 매우 빨라졌다는 것이다. 언어학자들은 2100년까지는 3400∼6120개의 언어가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매 2주마다 1개의 언어가 사라지는 꼴이다

어떤 학자는 영어가 단 하나의 언어로 거의 모든 부문에서 쓰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영어의 그런 융성은 당연히 민족어의 소멸을 뜻하니, 민족어들은 점점 활력을 잃고 일상생활에서 내몰린다는 주장이다. 현존하는 언어 가운데 100년 안에 절반이 소멸하리라고 추산하는 사람도 있다. 또 다른 추산에 따르면, 적어도 300년 동안 생존할 가능성이 있는 언어들은 스페인어, 중국어, 영어뿐이며, 일본어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어와 같은 중요한 언어들은 그 뒤로는 지역적 방언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제주어’가 유네스코의 ‘소멸 위기 언어’로 분류되었다. ‘사라지는 언어’ 가운데 ‘제주어’는 ‘소멸 위기의 언어’ 4단계인 ‘아주 심각하게 위기에 처한 언어’라는 것이다. 1단계는 ‘취약한 언어’, 2단계는 ‘분명한 위기에 처한 언어’, 3단계는 ‘심하게 위기에 처한 언어’, 4단계는 ‘아주 심각하게 위기에 처한 언어’, 5단계는 ‘소멸한 언어’다. 유네스코는 지구상에 6700여 개의 언어가 있는데 ‘사멸되거나 소멸 위기의 언어’로 등록된 언어는 2473개다. 이는 ‘제주어’를 문화유산으로 인정했다는 의미가 된다.

그래서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제주어 보전 및 육성 조례안’을 만들었다. 매년 10월 첫째주 금요일부터 1주일 동안을 ‘제주어 주간’으로 지정하고, 제주말 보전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누가 지적한데로 제주어의 위상 정립을 비롯 제주어 활동가를 양성하면 제주어의 보존이 과연 가능할까? 아니면 제주어의 교육환경을 조성하면 가능할까? 더 나아가 제주어의 기록화가 이뤄지면 가능할까? 또 제주어의 보전 파급 전략으로 제주어경연대회 활성화와 제주문화자원에 대한 제주어의 기록화 등을 들었지만, 지금 누구나 활자화된 제주어로 표기된 책을 읽기나 할까?

성서는 ‘구약성서’·‘신양성서’·외경으로 구성되었다. ‘구약성서’는 주로 히브리어로 되어있고, 일부는 아람어로 쓰여졌다. ‘신약성서’는 처음부터 그리스어로 쓰여졌고, 외경도 현재 그리스어로 전해지고 있다. 히브리어와 그리스어도 현재 세계의 일부분에서만 사용되고 있다. 히브리어는 고대에는 팔레스타인에서 사용되었으며 BC 3세기경에 아람어의 서부 언어로 대체되었다. 19, 20세기에 와서 히브리어는 구어(口語)로 부활되었고 이스라엘의 공식어가 되었다. 히브리어를 되살리려는 노력은 꾸준히 이어졌다. 그런 노력은 근세에 특히 활발해서, 히브리어를 글로 쓸 뿐 아니라 말해지기도 하는 언어로 되살리려는 움직임이 나왔다. 그리고 1948년에 이스라엘이 세워지고 히브리어가 공용어로 채택되면서 그런 노력은 마침내 열매를 맺었다. 그리스어 사용지역은 그리스 반도와 에게해에 있는 대부분의 섬들을 비롯하여, 인도유럽어족 가운데 아나톨리아 서해안 등이다.

중국의 마지막 왕조 청(淸)나라를 세운 만주족의 언어인 만주어가 사멸 위기에 놓여 있다.

한국어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사회에서 ‘영어’의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제 특정계층에서 영어는 ‘외국어’가 아닌 ‘공용어’의 위치를 차지한 듯 보이기까지 한다. 한국어도 그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이 이를 지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사라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소수민족 언어의 소멸과 관련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녹음을 해서라도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과 모든 언어를 영구히 보존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그렇다면 제주어의 소멸을 막기 위한 방안은 근본적으로 재검토하여 실행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