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에서 경계해야 할‘획기적인 신기술’과‘세계 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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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리 제주한라병원 흉부외과장
인간을 질병의 고통에서 해방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생명을 연장시키려는 선배 의학자들의 무수한 노력들과 땀방울들의 결과가 현대의학이며 이러한 현대의학이 미래의학의 뿌리가 되는 것이다. 최근 의학이 발전하면서 ‘획기적인 신기술’이니 ‘세계 최초’니 하는 매혹적이지만 비과학적인 언어를 구사하면서 특정 질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거짓 희망을 주고 궁극적으로는 경제적 심리적 피해를 끼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는 이미 수십년 전에 발표된 적이 있거나, 세계최초라는 것들도 객관적이며 과학적인 검증을 거치지 않고 심지어 논문으로 검증을 받지도 않은 것들을 매스컴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알리는 과학자로서는 매우 부도덕한 행위가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치료법이 인류를 위한 좋은 치료법으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검증의 과정이 있다. 특정 질환에 대한 수술방법을 예로 들어보자. 여기에는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환자들에게 시술되어 그 장기 성적과 부작용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표준 치료법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이 표준치료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것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수술법을 고안했다면 이것을 바로 환자에게 실험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의사는 하나의 생명도 소중히 생각해야 하며, 어떤 경우에도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 말라는 계율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방법으로 자신의 이론을 정립해 나가야 하는가? 알고 보면 매우 간단하다.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실험 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새로운 수술법의 안전성과 효용성을 검증할 동물을 선택해 수술을 시행한 후 그 결과를 개발자는 배제된 상태에서 정리하여 동료들에게 검증을 받는 논문으로 발표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기존의 표준치료법 보다 우수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입증이 된다면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 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이것은 기존 표준치료법과 일대일로 비교하는 실험이므로 환자의 완전한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며 환자는 표준치료법과 새로운 치료법의 장단점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제공받아야 한다.

또한 환자를 무작위로 배정해 개발자 맘대로 경증환자에게 새로운 수술을 시행해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환자 선택의 오류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수술 받은 환자에게 한 건이라도 치명적 부작용이 발생하면 바로 이에 대한 토의가 시작되어야 하며 이러한 치명적 부작용이 재발하면 일단 새로운 치료법을 중단시킨 후 임상시험을 진행할 지 말 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것은 어떤 이유에서건 인간이 인간을 위한 도구로 희생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엄격한 임상시험을 통과하여 결과를 해당 학문 분야의 최우수 집단에 의해 받아들여지는 과정(논문발표를 포함)을 거쳐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새로운 치료법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치료법도 수십년 후에 어떤 문제를 다시 유발할 지는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신중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의학의 발전은 과학과는 달라서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 과학자가 갑자기 나타날 수는 없다. 발상의 전환은 모든 학문에서 중요한 것이지만 생명을 다루는 사람은 실험실에서 반복적인 실험을 통해 오류를 발견하고 고쳐가는 학문과는 그 태도부터 달라야 한다. 노벨상을 목표로 한다든지 회사를 설립해서 한 건 해서 큰 돈을 벌려고 한다는 것은 이미 혹세무민하는 사술이라고 판단하면 거의 정확하다.

국가에서도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 거짓 희망을 불어넣은 후 돈만 빼먹고 책임지지 않고 사라지는 사술의 대가들과 묵묵히 원칙을 지키며 생명의 가치를 수호하려는 의학자들을 가려내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되며 이러한 일을 하는 기관에 힘을 실어주고 과감한 지원을 해야 한다. 이런 검증장치들이 제대로 작동하는 나라가 건강하고 안전한 나라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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