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경관디자인을 위한 정책에 대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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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수 제주대 교수/산업디자인학과
제주도만큼 경관에 대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한 자치단체가 국내에는 거의 없다. 1994년부터 경관영향평가를 시행했고, 2000년에는 ‘제주도개발특별법’ 건축계획심의에 관한 특례가 신설돼, 육지부에는 없는 건축계획심의가 이뤄지고 있다. 1995년에는 20억원이라는 용역비를 투입해 중산간 GIS종합조사 용역을 시행했고, 2003년에는 제주도 도시경관기본계획, 2009년도에는 8억2500만원을 투입해 제주특별자치도 경관 및 관리계획 용역을 시행했다.

그러나 이렇게 경관과 관련된 용역을 시행했지만, 제주도의 경관이 얼마나 개선되었을까? 오히려 이러한 작업들이 경관 개선으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왜 다양한 시도가 경관개선에 효과가 없는 것일까? 경관 개선을 위해서는 이러한 질문들을 심도 있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건축계획심의나 경관관련 용역들이 제주도 전체적으로 지구단위계획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난개발을 어느 정도 방지했지만, 경관이 개선되거나 향상된 것 또한 없는 것 역시 사실이다.

첫째, 경관관련 용역이 기대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 필자는 먼저 경관과 도시이미지 부재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본다. 과학적으로 접근해서 때로는 감성적으로 풀어야 하는 것이 경관이며, 구체적인 방법론이 있어야 한다. 제주도 경관 및 관리계획은 서사적(敍事的) 풍경(風景)을 이 계획이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미래상이라 하고 있다. 과연 일반주민이나, 공무원들이 이 말의 진정한 의미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 보고서에는 제주도의 풍경 중에서 어떠한 풍경이 서사적인 것이며, 이를 보전한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보전할 것인가, 개발행위가 이루어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이며, 이러한 개발행위가 서사적인 풍경을 형성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고 있지 않다.

둘째, 경관관련 용역이 경관 개선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토지이용규제기본법은 용도지역·지구 지정을 통하지 않고는 주민의 토지이용을 제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용도지역·지구는 기존 법령이 정하는 용도지역·지구의 틀을 벗어날 수 없음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 경관 및 관리계획에서는 용도지역·지구를 어떻게 개선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을 아무것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서사적 풍경과 경관심의만 강조하고 있는데, 심의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구마모토 아트플리스 프로젝트의 커미셔너(commissioner)와 어드바이져(adviser) 제도를 운영한다면 이해가 되지만, 경관심의는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도시계획이나 경관관리보전지구 등의 기법을 활용하여, 보전과 개발이 가능한 곳을 구분해야 한다. 물론 칼로 무 자르듯이 재단하는 것은 문제일 수 있지만, 대다수의 주민에게 알리고, 보전할 곳을 보전하기 위한 차선의 방책인 것이다.

셋째, 특별법에 근거한 관리보전지역 경관보전지구를 제외하고, 제대로 작동하는 경관관련 용역이 없는 실정이다. 실질적으로 경관법에 의한 경관계획은 주민들을 직접 구속할 수 있는 계획이 아니다.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도시관리계획이나 경관보전지구 등으로 표현될 때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지금 추진 중인 경관보전지구 등급 조정 용역은 제주도 경관의 보전·관리·형성의 마지막 보루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경관등급을 조정할 것인가? 경관등급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인 시각적 흡수능력, 경관미, 가시거리에 대한 객관적인 측정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가시거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주관적인 지표이다. 이를 인지과학의 관점에서 최대한 객관화시켜야 한다. 또한 가시거리의 등급도 서사적 풍경이라는 관점에서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기존의 경관등급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필자가 생각건대, 이번 용역이 시각적 흡수능력, 경관미, 가시거리에 대한 구체적 지표를 마련하여 과학적으로 진행되지 않으면 주민들의 반발이 거셀 것이며 경관의 개선 또한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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