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의 꿈, 그 이상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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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귀포시민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일종의 ‘배신감’과 ‘허탈감’을 공유하면서, 나락으로 빠질지도 모를 자존감을 추스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서귀포시 지역에 단 하나뿐인 대학인 탐라대와 제주산업정보대학의 통합이 결정되면서 이 ‘배신감’은 시작됐다.

교육부의 최종 승인을 남겨 둔 통합안은 내년 초 출범하는 통합대의 캠퍼스는 현 제주산업정보대학으로 하고 탐라대 부지는 통합대의 재정을 위해 매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하원마을 주민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1998년 문을 연 탐라대가 부지를 마련할 당시 하원마을 주민들은 자신들이 대대로 이용해 온 마을공동목장 9만4000여 평을 기꺼이 학교 재단에 매각했다. 그것도 당시 시세보다 상당히 낮은 가격에 넘겼다는 것이 마을 주민들의 주장이다.

“소나 말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키우는 게 더 낫기 때문에” 땅을 헐값에 팔고 학교 설립에 적극 협조한 것이다. 당시 하원마을 주민들뿐만 아니라 서귀포시민 모두가 이른바 ‘산남지역’에 대학을 유치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됐었기에 가능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경영 부실 등 여러 가지 문제로 탐라대와 제주산업정보대학을 통합하면서 마을주민과 서귀포시민들의 숭고한 뜻이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 통합측은 이미 이사회에서 탐라대 부지 매각을 기정사실화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표명만 반복하고 있다.

서귀포시민들은 30여 년 전에도 비슷한 쓰라린 경험을 했다. 1962년 제주대학 농수산학부를 서귀포에 유치하기 위해 유치위원회를 구성, 6만6000여 ㎡의 부지를 매입해 제주대에 기부채납 했다. 그러나 1979년 대학통합계획에 따라 농수산학부가 제주시 캠퍼스로 통합되는 바람에 시민들은 부지 소유권을 넘겨준 대신 받은 건 허탈감 뿐 이었다. 시민들은 그 후 기부채납 했던 부지를 빌려 쓰는 데도 이만저만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그런 아픔을 겪었지만 시민들은 인재유입을 통한 지역 활력 회복을 위해 탐라대가 들어서는 데 쌍수를 들고 모든 걸 도왔다. 그런데 겨우 10년 조금 지나 그 꿈이 다시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였다.

서귀포시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경제단체 등 30여 개 단체는 ‘탐라대 매각 반대 범시민대책위’를 꾸려 조직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단지 탐라대 매각 반대 차원을 넘어 탐라대를 살리고 명문대학으로 육성시켜 나기기 위해 단체 이름도 ‘탐라대 살리기 범시민운동본부’로 고쳤다.

운동본부는 지난주에 이어 12일에도 교과부와 국회 등을 방문해 탐라대가 매각돼서는 안 되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일부 새로운 사실과 함께 당국자들의 공감대도 확인했다고 한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유출되는 인구를 되돌릴 동력도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있던 대학까지 없어진다면 서귀포는 절망의 수렁으로 깊숙이 빠져들 것이라는 절박한 목소리를 담고 있다.

범시민운동본부의 김대환 상임대표는 “30여 년 전 제주대 농수산학부가 그렇게 떠났는데, 이제 또 탐라대마져 이렇게 내준다면 나중에 후배(후손)들에게 뭐라 말을 할 수 있나. 선배(선조)들이 돼서 서귀포를 위해 한 일이 뭐냐는 질타에 답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시민들의 마음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역균형발전은 거창한 데 있지 않다. 산남과 산북의 불균형 해소는 제주도와 정부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모처럼 한 목소리도 외치는 서귀포시민들의 염원을 현실화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보배, 서귀포시는 지금 기로에 서 있기 때문이다.

<신정익 편집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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