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부익부 빈익빈’ 개선책은
교육 ‘부익부 빈익빈’ 개선책은
  • 고둥수
  • 승인 2002.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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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숙인 아버지들이 많은 요즘, ‘아버지는 누구인가’라는 작자 미상의 글이 인터넷과 입소문을 통해 번져가면서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아버지란 기분이 좋을 때 헛기침을 하고, 겁이 날 때 너털웃음을 웃는 사람이다’라고 시작이 되는 이 글은 이 시대의 아버지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이어 자녀교육과 관련된 아버지의 심정을 표현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아버지란 자기가 기대한 만큼 아들, 딸의 학교 성적이 좋지 않을 때 겉으로는, “괜찮아, 괜찮아” 하지만 속으로는 몹시 화가 나는 사람이다’라고 표현했다.
여기에다 맹모삼천(孟母三遷)이란 고사성어가 첨가되면 우리나라 부모들의 자식사랑, 자식교육에 대한 애정은 확실하게 남다르다.

자식의 교육을 위해 지방에서 서울로, 서울에서도 강남 대포동으로, 그리고 영어권 외국으로 보내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미국내 유명 사립 기숙학교로 아이만 유학 보내는 것이 불안하여 남편과 사실상 별거까지 불사하고 외국으로 이사가는 ‘맹모’들과 가족과 떨어져 혼자 국내에 남아 있는 ‘기러기 아빠’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먼 서울 이야기만이 아니다. 제주에서도 정도는 덜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외국어고,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가 명문대 입학에 유리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초등학생 학부모들조차도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 늦다고 판단해 개인교습강사를 고용, 막대한 비용을 들이면서 개인별 맞춤지도를 시키고 있다.

여기에 일부 학부모들은 서울 등 대도시 학원들의 특목고 및 영재프로그램을 적용한 몇몇 그룹지도반 강사들에게 수강생 수에 관계없이 팀당 200만원 정도를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분위기 탓으로 일부 학원에 개설된 토플강좌에는 상당수 초등생들이 수강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단 초등학생들뿐만이 아니다. 상당수 중.고교생들은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이 되면 예전처럼 학원 수강을 하기보다는 해외로 영어단기연수를 떠나고 있다. 올 들어 도내에서 청소년들을 상대로 한 여권 발급건수는 2700여 건으로, 지난 한 해 1300건에 비해 갑절 이상 늘었다.

대학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웬만한 학생이면 대학 재학 중에 해외로 어학연수를 다녀오는 것이 학생들 사이에서 뉴스거리가 된 지 오래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이 같은 현상을 비단 일부 있는 부모들의 과잉.과열 교육열로만 치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경제뿐만 아니라 백년대계인 교육현장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일부 교육전문가들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제주에서도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과거의 교육은 분배가 제대로 이뤄어졌다. 높은 교육열로 양산된 고졸 수준의 인력은 산업화 시절에 필요한 노동 수요와 직결됐고, 과외 없이도 열심히 공부하면 대학에 갔고 좋은 직장에도 다닐 수 있었다. 지금은 남들 정도로 교육을 받기 위해선 돈이 있어야 하는 시대가 됐다.

부잣집 애들이 좋은 대학에 가기 쉽다는 역분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점점 없는 가정에선 과거 돈이 없어도 혼자서 열심히 공부만 하면 신분 상승을 꾀할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

국제자유도시를 외치면서 교육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마냥 지켜볼 것인가. 이제 중산층 이하 가정의 교육에 대해서도 자치단체와 교육당국이 눈을 돌려야 한다.

이들에게도 가진 집안 자식들과 똑같을 수는 없다 하더라도 적어도 비슷한 교육환경을 제공해줘야 한다. 이들에게 자치단체와 교육당국이 ‘맹모’가 되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제주도교육위원회 위원들이 제기한 외국어고 등 특목고 설립안은 중산층 이하 자녀들도 굳이 외국으로 가지 않아도 제주도에서 충분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성세대가 제주사회에서는 인재를 키워주는 풍토가 없다고 한탄하지 말고 이제 앞장서 인재를 키우는 기초적인 풍토를 세워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