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5기 도정, 배수진(背水陣) 쳐야
민선 5기 도정, 배수진(背水陣) 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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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진(背水陣)은 물을 등지고 진을 친다는 뜻으로 어떤 일에 결사적인 각오로 임한다는 말이다. 중국 고서 ‘사기(史記)’의 ‘회음후열전(淮陰候列傳)에 나오며, 유방(劉邦)이 한(漢)나라를 세울 수 있도록 혁혁한 전공을 올린 명장 한신(韓信)이 조(趙)나라 20만 대군을 물리치기 위해 쓴 전법이다.

 

한나라가 천하를 통일하기 2년 전 한신이 조나라를 공격했을 때의 일이다. 한신은 전방에 1만명의 군사를 매복시켜 놓고, 본대(本隊)는 넓고 깊은 강을 뒤에 두고 진을 치게 한 다음 조나라 군사를 유인했다.
물밀듯이 밀려오는 조나라 군사를 맞아 강을 등에 진 한나라 군사들은 죽기를 각오하고 싸웠다. 기세에 눌린 조나라 군사들이 뒤로 밀리는 사이 매복한 군사들은 조나라 진영을 점령했고, 한신은 손쉽게 승리를 챙겼다.

 

배수진은 오래 원정을 거듭해 조나라보다 전력이 떨어진 한신의 전술에 유래한 말로, 비슷한 말로는 진(秦)나라와의 싸움에서 항우(項羽)가 쓴 ‘파부침주(破釜沈舟)’가 있다. 밥 지을 솥을 깨뜨리고 돌아갈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으로, 살아 돌아오기를 기약하지 않고 결사적 각오로 싸우겠다는 굳은 결의를 비유한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립(申砬) 장군이 임진왜란에서 배수진을 친 끝에 패배해 자결한 것이나, 이순신(李舜臣) 장군이 ‘필생즉사 필사즉생(必生則死 必死則生)’의 정신으로 승리를 거둔 사생결단의 일화가 있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것 처럼 사생결단하는 정신 상태로 싸움에 임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배수진은 현대에 이르러서는 ‘올인(Ail-in)’라는 용어가 대신하고 있다.

 

‘올인(Ail-in)’은 ‘다걸기’ 라는 뜻의 도박용어로, 도박에서 돈을 모두 잃은 상태를 뜻하거나 갖고 있는 돈을 한판에 모두 건다는 의미로 쓰인다. 이 말은 2003년 초 어느 방송국에서 드라마 ‘올인’을 방영하면서 일반에 급속히 전파됐다.

 

이후 정치권이나 정부에서 ‘OO에 올인’식으로 앞다퉈 쓰기 시작하면서 용도가 무분별하게 확장되더니 지금은 ‘어떤 것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 상황’을 나타내고 싶을 때 두루 쓰이는 말로 자리잡았다.

 

어느덧 민선 5기 제주도정이 출범한지 13개여 월이 지났다. 보는 시각과 입장에 따라 다르겠으나 ‘지난 1년간의 성적표가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적잖다. 해군기지, 영리병원, 한라산국립공원 관리 업무, 관광객 부가세 환급제 시행 등 주요 현안들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난항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5기 도정은 나름대로 해법을 찾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아직까지 그 결과는 시원찮다.

 

여기에 논하기에는 다소 이른감이 없지 않으나 뚜렷한 업무 성과 마저 눈에 뛰지 않으면서 도민 사회 일각에서는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는 색깔없는 도정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 도정의 명운(命運)을 건 ‘올인적 자세’가 부족했기 때문 인듯 싶다.

 

때맞춰 우근민 도정은 최근 세 번째 정기 인사를 단행하면서 책임행정 강화를 위해 국장급 전원을 유임시켰다. 그리고 국장들과 코드가 맞는 과장급 이하 인사들을 전진 배치했다. 우 도정 2년차를 맞아 실질적이 업무 성과를 내기 위해서다. 여러 사례를 보면 배수진을 치고 임할 때 계획한 목표를 이루는 경우가 많다. ‘되는 일은 많고 안 되는 일은 없는 도정’을 기대하는 것은 정말 무리일까.
<고경업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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