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를 살리자 - "구조조정·투명경영만이 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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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구조조정 ‘발등에 불’
고교 졸업생 수가 감소하면서 대학들이 신입생 모집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최근 부산의 한 대학 재단이 이례적으로 전문대를 자진 폐교하고 4년제 대학에 통.폐합하기로 결정해 대학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학교 관계자는 “지금은 신입생 모집에 문제가 없지만 앞으로 학생 수가 줄기 때문에 전문대를 폐교하는 대신 4년제 대학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내 대학들은 유사 학과 또는 대학 간 통.폐합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내부의 반발 등에 밀려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대학들에서 구조조정을 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교직원의 반발과 학교 간, 학과 간 이해관계 등으로 실제로 통.폐합된 사례는 드물다.
제주대는 지난해 사실상 구조조정안인 대학 발전계획(내부혁신방안)을 통해 유사학과 통.폐합을 추진했으나 두 차례의 공청회를 거치는 진통을 겪으며 해당 학과의 반발로 이루지 못했다.

도내 전문대들도 백화점식 학과 나열로 특성화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어 자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1998년 3개 전문대가 국내 최초로 ‘빅 딜’(학과 맞교환)을 추진하려다 무산된 이후 최근 대학 안팎에서 이 같은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신입생 확보난이 고교 졸업생이 사상 최소 인원으로 감소하는 2006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여 각 대학들의 재정난이 예상되기 때문.

더욱이 해마다 학기초가 되면 재학생들이 20~30%씩 빠져나가 재정난을 부추기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각 대학이 중복.유사학과를 통.폐합하는 ‘스몰 딜’과 대학을 특성화하는 ‘빅 딜’을 과감히 추진하는 것은 물론,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지역 대학 간 ‘교수교환제’와 ‘학점교류제’ 도입을 주문하고 있다.

또 부족한 신입생 자원을 보충하기 위해 중국인 학생 유치에 적극 나서는 한편 기숙사 확보, 어학원 운영, 교재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빅 딜을 대학들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이를 위해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지역 주민, 대학 경영자가 참여하는 범 자율적 기구 설치.운영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대학 구조조정이 절실하지만 인력 정리 등의 문제가 간단치 않아 성사 실적은 저조하다”며 “이제 교육 특성화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정원 증원 기준을 해마다 강화해 무분별한 증원을 통한 양적 팽창보다 대학 교육의 질적 향상을 독려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03학년도부터 수익용 기본 재산 및 교지 확보율을 정원 자율책정기준에 포함시킨 데 이어 2004학년도부터 수익용 기본 재산을 55% 이상 확보해야 증원이 가능토록 하고 2007학년도에는 100%까지 끌어올리도록 했다.
교원.교사 확보율도 2003학년도 80%, 2004학년도 90%, 2005학년도 100%로 매년 10%씩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지방대 육성책 시급
지방대의 위기는 과도한 수도권 집중과 지방의 공동화에 따른 구조적 모순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방대학의 위기는 대학만의 문제가 아닌 지방경제와 지방문화의 위기를 낳아 지역 간 균형발전을 저해함으로써 국가경쟁력 위기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지방대학 육성을 위한 제도적 접근으로 ‘지방살리기’ 프로그램과 연계해 지역 인재 유치 노력과 지역인재할당제 도입 및 지방에서의 일자리 창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부만근 제주대 총장을 비롯한 전국 국.공립대 총장들은 지난 18일 “위기에 처한 지방대학을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 지원 및 제도적 보완 등 획기적인 지방대 육성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지난해 입시에서 신입생 충원율이 70%에 못 미치는 지방대학이 30곳을 넘는 상황에서 해마다 수도권으로 진학하는 지방 출신 대학생들이 6만명에 이르는 등 위기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면서 지방대 육성책을 마련해줄 것을 촉구했다.

협의회는 또 이공계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각 대학 입학 전형시 인문계열 및 자연계열의 교차지원 제한 또는 이공계 지원자에게 가점을 부여하고 정부 차원의 이공계 지원책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립대 교수 채용 ‘순혈주의(純血主義)’ 사라져야
이제 막 본격적인 학문의 길에 접어드는 소장학자들은 ‘대학내 패거리 문화’를 과감히 지적하고 있다.
“순혈주의는 제자나 후배를 채용해 자기 권위에 대한 도전을 막고 정년까지 보장받으려는 이기주의의 발로”라는 것. 이 같은 점을 인식한 교육부는 ‘실력있는 사람이 임용되지 못할 역불공정의 폐단’을 일부 염려하면서도 특정 대학 출신에 대한 채용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도입하기에 이른 것.

그러나 ‘제 사람 심기’의 은밀한 메커니즘은 도내 대학도 예외일 수 없다.

▲전문대 생존전략
전문대는 특성에 맞는 차별화 교육만이 살길이다. 4년제 대학의 틈새를 공략해 몸집을 불리기보단 경쟁력있는 학과를 집중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부는 1997년 고등교육법 제정 당시 전문대의 목적을 새롭게 규정하면서 중견직업인이 아닌 전문직업인 양성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정책담당자나 일반인, 대학 내부에서조차 전문대는 중견직업인 양성기관이라는 인식이 만연해 교육 혁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에 근거한 교육목적과 법 취지와 동떨어진 교육행정, 교육현장의 현실 등의 불일치로 전문대의 정체성 위기를 가져오고 있는 것.

대부분 전문대가 대학 경영을 학생등록금에 의존하고 있어 학생 수 감소는 곧바로 재정 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앞으로 폐교 사태까지 예견되고 있다.

도내 전문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백화점식 학과 대학이 많다는 것이다. 특성화 교육을 주장하면서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선택과 집중이 부실한 경우가 허다하다. 관광산업이 도내 기간산업이다 보니 학과 이름만 조금 다를 뿐 관광 분야에만 집중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교육부는 올해 전문대 재정지원사업으로 특성화 우수 공업계 전문대 등 8개 부문에 1785억원을 지원했다. 4년제 대학 지원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이지만 법인전입금 평균이 2.2%인 현실을 감안할 때 전문대 경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도다.

천편일률적인 내용의 특성화를 지양하고 각 대학의 특성에 맞는 차별화 교육이 마련될 때 대학은 비로소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의 인력수요에 대응하고 취업 틈새를 공략하기 위한 이색학과 신설도 전문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다.

제주관광대학이 카지노경영과를 도입한 데 이어 최초로 방송연예과를 신설해 내년 신입생을 선발하는 것이 그 일례다.

4년제 대학 편입학과 취업전망이 밝아 인기가 높은 3년제 전환 학과는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각 대학은 대학졸업자를 중심으로 지원자가 몰리는 유아교육과, 응급구조과 등 보건복지 분야 학과를 3년제로 전환하고 있다. 3년제 전환 학과들은 앞으로 3년간 2002년 정원의 20%를 줄이며 첫해인 2003년에는 5%(2004년 5%, 2005년 10%)를 감축한다.

도내 3개 전문대는 지난해 정원을 370명 줄인 데 이어 2003학년도 정원을 20명 줄였다.
미충원 사태를 우려한 교육당국의 적극적인 감축정책과 ‘살아남기’ 위한 전문대의 자구책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도내 전문대의 경우 재학생 수가 평균 2000명 이하로 규모가 적고, 등록금 의존율이 높은 현실에서 감량경영과 구조조정없이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사립대 경영 투명성 정착돼야
일반 기업에 이어 대학에도 투명경영 바람이 불고 있다.
기자재 등 물품 구매와 공사 계약시 완전 공개입찰 방식은 이제 일반화된 모습이다.

인터넷 홈페이지와 학보 등에 게재되는 결산보고서의 경우 기존 ‘항’ 공개와 함께 ‘목’이 일부 공개되던 것에서 한 단계 나아가 ‘목’도 완전 공개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제주산업정보대학은 관선이사체제 이후 결산보고서를 인터넷 홈페이지와 학보 등에 게재하고 있다.
대학 경영의 투명성 바람은 ‘대학 경쟁력 강화’라는 큰 흐름을 타고 점차 보편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치열한 대학 간 경쟁체제에서 학내 구성원의 이해와 협조없이는 경쟁력을 갖출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교육부가 사립대 예.결산서 공개 방침을 정하고 결산내역(지난해 3월에서 익년 2월까지)을 5월 말까지 학보와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항상 열람이 가능케 하는 한편, 예.결산안을 투명하게 공개할 경우 재정지원평가에 가산점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의 투명경영이 이뤄지면 대학이 그만큼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으며 외부의 부당한 간섭이나 압력, 부정.비리가 발붙일 수 없게 된다. 또 국고보조금이나 재단전입금 등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기부금 확대나 지출구조 개선 등을 꾀할 수 있게 된다.

대학의 투명경영은 교육부도 나서고 있는 시대적 흐름으로 더는 미뤄 둘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현재 일부 사학들은 학교 운영비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학생 등록금을 교육여건 개선 등과 같이 교육에 직접 관계되는 부분에 투자하지 않고 건물이나 토지 매입, 시설물 신축 등과 같은 학교 외형 늘리기에 집중 투자하고 또 일부를 적립시키고 있다. 이 같은 재정 운용은 교원 확보율이나 기자재 확보율, 장학금과 학비 감면 비율 등이 턱없이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으며 심각한 교육 부실 문제를 낳고 있다.

현행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법인 이사회는 이사장의 3분의 1을 친족으로 구성할 수 있고 이사회는 법인 및 학교 예.결산을 비롯해 학교법인이 설치한 사립학교의 경영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할 수 있어 학교 운영의 거의 모든 부분에 사실상 관여할 수 있다. 법인 운영을 감시할 감사는 이사회가 마음대로 임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현행 사립학교법을 재단과 대학 운영에 이사장과 그 친.인척들의 개입을 최소화하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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