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재다능한 이산화탄소의 내면세계(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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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신문이건 방송이건 모든 언론매체들은 지구온난화와 관련하여 이산화탄소를 나쁜 물질로만 표현하고 있다. 이산화탄소가 이 사실을 알면 섭섭해서 통곡할 것 같다. 유익하지 못한 것으로만 치부하기 전에 이 기체가 일상생활에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지피지기(知彼知己)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에도 존재하며, 화산의 배출 기체에도 포함되어 있다. 이 기체는 유기물의 연소, 생물의 호흡, 미생물의 발효, 화학적 합성 등으로 탄생한다.

식물은 광합성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이용하여 탄수화물과 산소 등을 합성하여 인간을 비롯한 동물에 제공한다. 우리는 식물이 광합성작용을 일으키지 않으면 지구상에서 살아갈 수가 없다. 그러나, 이산화탄소는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온실기체이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콜레스테롤을 조절하며 단백질과 유익한 비타민을 섭취하려고 노력한다. 이때 우리는 공기와 이산화탄소도 함께 먹는다. 그런데 이산화탄소는 능숙능란한 마술사처럼 다양한 모양과 질감을 연출한다.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 중 많은 것이 거품상태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영양소들과 밀착되어 있는 이 이산화탄소는 영양가는 없지만 음식의 질감과 모양, 그리고 우리가 먹고 마실 때 느끼는 즐거움을 질적으로 높여준다. 이처럼 맛있고 기분좋은 식사를 위한 거품 음식은 셀 수도 없이 많다.

빵과 맥주에도 이산화탄소의 장난이 없으면 감칠 맛이 없을 것이다. 거품 요리를 오랫동안 해 먹다 보니 우리는 거품을 더 많게 혹은 적게, 더 부드럽거나 단단하게, 금방 사라지거나 오래가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방법들은 맛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물론, 여기에는 좀 더 미묘한 문제들도 있다. 예를 들어 넘칠 듯 말 듯한 거품이 주는 멋진 분위기가 없으면 맥주 마시는 즐거움이 지금 같지는 않을 것이다.

제빵과 양조과정의 첫 번째 단계는 밀과 보리의 성분인 녹말을 당분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러면 효모가 이 당에 작용해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만드는 발효작용을 일으킨다. 이미 포도는 당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포도주를 만드는 발효과정은 더 간단하다.

빵의 경우 발효과정에서 생기는 알코올은 굽는 과정에서 증발한다. 이산화탄소도 사라지지만 밀과 호밀의 성분 중 하나인 글루텐(gluten)의 탄성 그물구조에 포집되는 것이 증가하여 빵이 팽창하게 된다. 물론, 베이킹 파우더로 빵을 부풀려 상품화할 수도 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에는 탄산음료수를 자주 마시게 된다. 음료 속에 압축되어 있던 이산화탄소 기체가 거품을 일으킨다. 이 거품은 차갑게 식힌 크림에서 만든 휘핑크림(whipping cream)의 것과 달리 쉽게 사라지기 때문에 눈에 잘 보이고, 거품 터지는 소리도 잘 들린다.

물질이 초임계 상태에 도달되면 유체의 물리적 성질은 기체와 액체의 중간 성질로 된다. 독일의 Max Plank 연구소의 연구원들은 초임계 이산화탄소가 카페인에 대해 좋은 용매임을 발견하였다. 또한 초임계 유체는 높은 확산성과 낮은 점성도를 갖기 때문에 용매를 커피콩 깊숙이 빠르게 침투시킬 수 있었다. 오늘날 대부분의 카페인 제거 커피는 초임계 이산화탄소를 사용한다.<제주대학교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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