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잘 마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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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눈과 혀끝으로 마신다.’ 애주가들이 만들어낸 말이지만 아주 터무니없는 얘기는 아니다. 눈으로 마시는 술이라면 역시 포도주일 것이다.

투명한 유리잔 속의 레드 와인, 화이트 와인 모두 입맛을 적시게 한다. 레드 와인은 약간 떫은 맛이 일품이고, 화이트 와인은 신맛이 독특하다. 신선한 포도 향기와 단맛, 신맛과 분위기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 포도주다.

위스키와 코냑 역시 향기를 음미하면서 혀끝으로 마셔야 제격이라고 한다. 물론 우리의 전통주인 소주와 다양한 민속주 등도 저마다 특성을 지니고 있다. 다만, 아직 세계적인 지명도가 덜할 뿐이다.

우리에겐 생소한 러시아의 보드카 역시 음주 인구로 치면 세계의 술이다. 보드카를 생각할 때마다 왜 맛도, 향기도 없는 술을 러시아인들이 그토록 즐겨 마실까 하는 궁금증이 먼저 떠오른다.

보드카는 위스키, 맥주, 포도주, 소주 등과 다른 점이 많다. 무색(無色)은 소주, 화이트 와인 등과 다를 바 없지만 무미(無味)하고 무취(無臭)한 점은 보드카만의 특징이다.

처음 보드카를 한 잔 마시고 술인지, 물인지 몰라 순간 당황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부분 다른 술이 갖고 있는 향기도, 맛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냉장고의 맥주와 얼음 속 포도주가 제 맛이 나는 것처럼 보드카도 마시는 방법에 따라 술맛이 달라진다. 술병을 차게 해서 마시는 다른 술과는 달리 보드카는 술잔을 냉동실에 잠깐 넣어 얼린 뒤 꺼내 술을 부어 마셔야 진짜 보드카 맛이 난다.

보드카는 고급술이 아니다. 하지만 러시아 사람들은 ‘술=보드카’일 정도로 최고의 술로 친다. 알코올 농도 40%나 되는 독한 술치고 값이 비교적 싸다는 점도 음주 인구를 늘린 또 다른 원인이 아닌가 싶다.

최근 모스크바 극장 테러사건 이후 러시아의 체첸 반군에 대한 대규모 보복전이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체첸 주둔 러시아 병사들의 만행이 외지에 보도돼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보드카에 만취한 러시아 병사들이 10대 소녀를 총격하고 겁탈했다는 것이다.

옛 소련 시절 보드카로 인한 정신적 피폐 때문에 금주령이 내려진 적이 있었다. 그렇다고 다시 금주령을 발동할 수는 없는 일일 테고. 술의 특성을 음미하면서 적당히 마시는 음주문화를 생각케 하는 안타까운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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