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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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이달 26일까지 도내 병.의원.보건소에서 독감(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은 8만3959명으로 지난해보다 25% 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도내 보건당국의 올해 독감 예방접종 목표량 8만0385명보다 4% 증가한 것이다.
한겨울에 기승을 부리는 독감 바이러스에 이렇게 살뜰히 대비하는 걸 보면 독감이 만만한 상대가 아닌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독감에 일단 걸리게 되면 발열, 오한, 두통과 같은 증상 외에도 만사가 귀찮은 무력감에 빠지게 되고 심한 경우 합병증이 생기기도 한다. 또 독감은 10~15년을 주기로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고 국지적으로는 1~3년마다 유행이 나타난다는 흥미로운 특징도 있다.

요즈음 신문.방송을 보면 우리 사회가 이 같은 지독한 바이러스에 감염된 ‘독감사회’가 아닌가 싶다. 부쩍 쌀쌀해진 겨울 문턱에서 여기저기 앓는 소리가 이어지니 말이다.

오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또다시 ‘철새 정치인’들이 둥지를 옮기려는 기웃거림이 확연하다. 물 건너갔지만 4자연대니, 큰바다 정치니 하는 ‘덧셈뺄셈’의 이른바 합종연횡이 철따라 색을 바꾸는 위정자들의 더 없는 대의 명분이고 보면, 지금은 바야흐로 ‘변신은 무죄’라는 광고 카피마냥 단청(丹靑)의 계절임에 틀림없다.

독감이 얼마나 심한 증상을 보이고 얼마나 넓은 지역에서 유행할 것인가 하는 것은 우리 몸에 침투한 독감 바이러스 항원에 대항하는 항체가 혈액 속에 얼마만큼 있는가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명정용 이름과 관직이라면 못 할 일이 없고, ‘딸깍발이’ 정신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위인들에게 과연 스스로를 조절할 항체가 존재하는지 의문이다.

최근 병풍 수사를 지켜본 국민들은 정치 혐오론을 이야기하고 있다. DJ 정부의 햇볕정책은 북한 핵개발로 인해 뒤통수를 얻어 맞아, 복날에 감기 걸린 듯 우리 사회를 맹하게 한다.

주가는 6개월 사이에 폭락과 급등이 되풀이되더니 투자자, 증권사 모두 얼이 나간 상태다.

어디 증시뿐인가. 건설교통부가 내놓은 통계를 보면 주택건설실적이나 건설 취업자 수가 지난 8월을 고비로 감소세로 반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을 당초 6.1%에서 5.3%로 하향 조정, 비관적인 전망치를 제시했다.

제주지역도 독감 바이러스에 맥을 못 추기는 마찬가지다.
6.13 지방선거가 끝난 지 넉 달이 지났지만 선거 후유증으로 인한 몸살이 채 가시지 않고 있다.

전.현직 도지사들이 지방선거와 관련해 사법기관에 들락날락거리는가 하면 서귀포시내 모 룸살롱의 윤락 리스트 파문으로 몇몇 공직자들이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맵시 좋게 출발한 제주국제자유도시는 다른 지방의 경제특구 수준으로 차별화 없이 추진된다는 우려와 조바심 나는 항해로 새삼 갈바람이 맵기만 하다.

감귤 값은 행정당국의 가이드라인에 가까운 58만여 t의 적정 생산량에 출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도매시장에서 1만원대 이하로 곤두박질 쳐 농가의 속을 태우고 있다.

소비형태를 파악할 수 있는 도내 할인매장 매출액이 최근 들어 5% 가량 줄었다는 푸념도 들려온다. 소비위축은 결국 도내 경기를 위축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시중에는 벌써부터 외환위기보다 더 어려운 위기가 올 것이라는 경계심마저 표출되고 있다.

지난 여름 제주를 비롯한 전국은 유례없는 큰 태풍으로 많은 상처를 입었다. 올 겨울은 여느 때보다도 독감이 유행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강한 태풍이 지난 후 찾아오는 그해 독감은 골병이 들 정도로 심하다는 게 어르신들의 귀띔이다.

그러나 혹 우리 사회가 이미 웬만한 독감 따위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내성이 생겨버린 독감병동은 아닐까. 겨울 한철 병치레로 끝나지 않을 독감병동 말이다. 우리 육신의 독감 예방 외에 공동체의 독감 예방에도 눈을 돌릴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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