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 제주 - (1)감귤 제값 받기
집중진단 제주 - (1)감귤 제값 받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한동안 바닥을 헤매던 올해산 감귤값이 최근 들어 오름세로 돌아섰다. 출하 초기에 비해 공급량이 감소하고 저급품 유통이 줄어든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도 감귤값 폭락사태가 빚어져 가격 불안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가격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상품 감귤을 적정 출하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감귤 수확과 출하가 한창인 농촌 현장을 찾아 농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그 대책을 모색해 본다.


▲ 가격 불안 농가 목소리
“영농비는 계속 오르는데 감귤값은 불안하기만 하니….”

가을 날씨가 화창하던 지난 25일 오전 서귀포시 회수동의 한 감귤원. 황금색으로 물든 감귤을 따던 오모씨(50)는 첫 수확의 기쁨보다 불투명한 감귤값에 한숨을 내쉬었다.
배운 건 농사밖에 없어 올해로 30년째 감귤농사에 종사해 온 오씨는 최근 몇 년간의 감귤시세로는 남는 게 별로 없다며 근심스런 표정을 지었다.

오씨는 이곳 1000여 평을 포함해 자신의 감귤밭 2000여 평에서 올해 6500여 관(2만4375㎏)의 감귤을 수확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비상품과(가공용 파치 등)를 제외해 5500여 관을 상품으로 내다팔면 1100만원 정도(당일 시세 3.75㎏ 관당 2000원선 기준)를 벌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비료.농약비 등 영농비 400여 만원을 제하면 손에 떨어지는 건 700만원 정도. 여기에다 수확시 인건비 등을 지출하고 나면 봄에 전정하고 1년 내내 농약치고 김을 맨 수고비 정도를 건진다는 게 오씨의 설명이다.

오씨는 지난해에도 올해 생산량만큼 감귤을 수확했지만 관당 평균 1500원선을 받았다.
오씨는 “이제 2000~3000여 평의 감귤 재배로는 빚내고 빚 갚는 악순환의 연속”이라면서 “감귤값은 자꾸만 내리고 비료.농약값 등 영농비는 매년 올라 큰 걱정”이라며 어려운 영농현실을 토로했다.

서귀포시 호근동에 사는 전업농 김모씨(54)는 얼마 전 올해산 극조생을 공판장에 출하해 큰 낭패를 봤다.

김씨는 이달 들어 처음 수확한 극조생 감귤 5000여 관을 작목반을 통해 5차례에 걸쳐 대도시 공판장에 출하했다. 감귤 출하가 시작된 지난 10일, 극조생 1000여 관을 처음으로 올려 보내 관당 2000원선(이하 농가수취가 기준)을 받았다. 그런대로 첫 출하가격은 괜찮았지만, 문제는 그 이후 계속됐다.

2번째 이후 받은 감귤가격은 관당 평균 700~800원. 심지어는 500원도 많이 나왔다. 이 결과 김씨가 극조생 5000여 관을 팔아 손에 떨어진 소득은 고작 470여 만원. 관당 평균 1000원도 안 되는 값이다. 김씨는 수확한 감귤을 중간상인에게 넘기지 않고 20년째 작목반 계통출하로만 팔아왔다. 김씨는 올해도 처음 수확한 품질 좋은 감귤을 골라 보냈지만, 그 결과는 기가 찰 정도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김씨는 “풍작을 이뤘던 지난해에도 이보다 가격이 높았다”면서 “관당 1000원 이하로는 생산비도 못 건지는 적자영농”이라며 허탈해했다.
이처럼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감귤값을 받은 건 김씨뿐만이 아니었다. 최근 감귤가격이 오름세로 반전됐으나 출하 초기에는 관당 300원, 500원이 부지기수로 쏟아졌다는 게 농가들의 말이다.

지난 26일 남제주군 남원읍 소재 군민체육관 인근에서 만난 영농인 정모씨(42)와 김모씨(37). 이들은 “남원읍의 경우 감귤값에 따라 지역경제가 좌우되고 있다”고 말하고 “최근 지역경기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침체해 있다”며 어려운 지역실정을 얘기했다. 이들은 또 “감귤값이 관당 2000원 이하로 내려가면 수지타산이 안 된다”며 “하지만 최근 작목반으로 출하해 얻은 지역농가들의 감귤값은 대개 이것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고 말했다.

남원읍 위미리 소재 한 작목반에서 만난 한 농가. 그는 “감귤산업은 이제 빼도 박도 못 하는 상황”이라며 “가격이 내린다 해도 다른 뾰족한 수가 없으니 죽으나 사나 감귤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이처럼 몇 년째 이어지는 불안한 감귤값에 수확현장의 시름은 쌓이고 있었다.

▲ 가격 불안 원인과 대안
올해산 감귤값이 불안한 것은 초기 추락과 함께 홍수 출하에다 부패과 등 저급품 감귤이 대량 반출된 데 있다. 현장에서 만난 농민들도 한목소리로 이 문제를 지적했다.

덜익은 감귤을 에틸렌 가스 등으로 후숙하고 선과과정에서 고온 열처리에다 왁스 처리까지 해 보낸 결과라는 것. 남원읍 위미리의 김모씨(56)는 “이런 감귤을 제주도민이면 먹겠느냐”며 “도민이 싫어할 감귤을 대도시 소비자에게 먹으라고 하니 결과가 뻔하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생산자가 선과작업을 할 때 상자에 넣을까 말까 망설이는 감귤을 아까워하지 말고 과감히 버릴 줄 아는 인식이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초기 홍수출하 문제와 관련해서는 출하시점을 10월 10일 이후로 못박은 데 대한 불만도 나왔다.

서귀포시 호근동 소재 모 작목반 관계자는 “수문이 열리자 가두어졌던 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격”이라며 “완숙과를 출하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결과적으로 홍수출하를 조장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출하시기를 유연성있게 운영하면서 완숙과 위주로만 출하토록 하는 정책이 세워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저급품 유통 문제와 관련, 전업농인 김모씨(38.남원읍 신흥리)는 가공용(파치) 수매가 인상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그는 “전체 생산량의 20%에 가까운 비상품과 처리 문제가 감귤가격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를 위해 ㎏당 80원인 가공용 수매가를 200원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 2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들지만 전체 농가에는 이보다 10배 많은 2000억원 정도의 소득 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다면 감귤값 하락이 감귤산업 붕괴를 촉발할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앞서가는 작목반.생산자단체들은 철저한 품질관리에다 자체 유통망을 갖추고 험난한 시장상황을 헤쳐가고 있다.
위미농협 경제상무 김철돌씨(43)는 “하락장에도 품질에 따라 가격 차이가 확연하다”며 “고품질 감귤은 어쨌든 제값을 받는다”고 말했다.

위미농협의 경우, 자체 유통망을 확보해 가격 안정을 꾀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위미농협측에 따르면 서울과 경남 양산에 물류기지를 둔 LG유통과 계약을 해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전속거래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20만상자(15㎏ 들이)를 출하해 일반 시세보다 관당 500원 이상 높은 가격을 받았다.

올해 들어서도 극조생 7000여 상자를 거래했는데 관당 평균 수취가격이 2500원 정도로 일반 작목반보다 1000원 이상 소득을 올렸다. 엄격한 선별과정을 거쳐 상품만을 출하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어 꾸준히 고소득을 유지하는 작목반을 찾았다. 도내 작목반 가운데 공판장 경락가 최고기록은 서귀포시 효돈동 소재 효신작목반(반장 강문훈)과 월라작목반(반장 오일삼)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최고가 비결은 무엇일까. 그 답은 철저한 품질관리로 소비자들에게 확실한 믿음을 주는 것이었다.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효신.월라작목반은 올 들어 농가수취가 기준으로 관당 최고 4400원대, 최저 1200원대를 받았다. 관당 평균 수취가가 2500원선에 육박해 같은 기간 도내 다른 작목반에 비해 갑절 가까이 높다.

이들 작목반의 공통점은 감귤의 색깔보다 맛을 중시하는 것. 이에 따라 완숙과만 수확한 후 선과장에서는 3~4명의 선별사들이 엄격하게 선별작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전속거래처(중앙청과)와 장기간 신뢰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고소득의 중요한 원천이 되고 있다.

효신작목반장 강문훈씨(42)는 “감귤 고유의 맛이 나도록 완숙과만 따 출하하도록 계도하고 있다”며 “농가 스스로 고품질을 출하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