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시에서 꽃의 참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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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 / 제주대 화학과 교수

김소월은 진달래꽃을 택해 자기 희생을 통한 절실한 사랑과 인고의 의지로 슬픔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절절히 표현하고 있다. 즉, 자기의 강렬한 사랑과 떠나는 님에 대한 원망, 가슴 아픔을 참으면서도 꽃잎을 뿌려주는 변함없는 사랑을 표현했다.

 

이 꽃잎을 손가락 사이에서 으깨어 보면 놀랄 정도로 선연한 빨간색이 자태를 드러낸다.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분홍빛 꽃잎 속에 빨강 정열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소월은 자기의 사랑 표현을 진달래꽃으로 했을 것이다. 물론, 자기의 시정을 표현할 때 진달래꽃의 꽃말이 ‘애틋한 사랑’과 ‘인고’라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꽃의 아름다움은 그 자태를 돋보이게 해주는 색깔의 묘미에도 있다. 꽃은 식물의 종족 유지 및 번식을 위한 생식구조이며, 인간을 즐겁게 만들려고 아름다운 색깔로 치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꽃은 수분의 매개자를 유혹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일 따름이다.

 

그런데 벌들은 빨간색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벌을 유혹하는 꽃은 붉은 꽃이 드물다. 그러나, 벌은 인간이 보지 못하는 자외선을 볼 수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새는 인간과 같은 색을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양한 꽃의 색깔은 어떤 색소 때문에 가능할까? 피상적으로 표현하면 식물에는 노랑과 청색을 흡수하고 녹색을 반사하는 클로로필, 빨강, 오렌지, 노란색을 보여주는 카로티노이드류, 즉 당근의 붉은 오렌지 색깔의 카로텐, 과일이나 야채의 노란 색소인 루테인, 토마토의 붉은 색소인 라이코펜, 수용성 플라보노이드 계통인 안토시아닌(pH에 따라 산성에서 붉은색, 염기성에서는 푸른색을 발현하는 색소) 등이 중요하게 기여한다.

 

양나팔꽃은 아침(푸른색)과 저녁(붉은색)에 다른 색깔을 입는다. 연보라빛 라일락이 매우 더운 날(30 ℃ 정도 이상)에는 흰색을 띄며, 이는 식물이 고온에서 색소생성 능력을 잃기 때문이다.

 

비트와 일부 선인장 꽃의 눈부신 빨간색은 베탈라인(betalain) 색소 때문이며, 구조적으로 안토시아닌과 상이하다. 아마란스 꽃의 깊은 붉은색도 이 천연색소 때문이다.

 

요즘 다양한 색깔을 지닌 꽃잎을 건강식품으로 사용하기 위한 노력이 활발하며, 이에 내재되어있는 색소의 생리활성이 점차 규명되고 있다. 옛날부터 전통적으로 화전과 화채를 즐겨 이용한 사실과 한방에서 말린 꽃잎을 약재로 사용한 사실을 음미해보면 이들의 생리활성을 동양에서는 예부터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이들 색소의 화학구조를 확인하지는 못했다.

 

안토시아닌은 항산화 능력과 자유라디칼 제거 능력을 지녀 노화현상 지연효과, 카로티노이드는 항암효과를 내포하고 있다. 클로로필은 조혈작용을 하며, 살균력 및 항산화력을 지니고 있어 면역기능을 항상시킨다.

 

그리고, 꽃들이 잉태하고 있는 향기는 우리들을 한결같이 매료시키고 있다. 다양한 식물의 꽃으로부터 추출한 에센셜 오일을 넣은 따뜻한 물에서 목욕은 치유의 수단이 될 수 있다. 평온함을 느끼는 순간에 향기가 코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몸 전체로 퍼져갈 때 물 위에 떠다니는 마음의 꽃잎과 향기를 느껴보면 어떨까? 에센셜 오일의 성분이 피부를 통해서 체내로, 그리고 세포까지 스며들 때 우리의 삶은 잔잔한 미소로 채워질 것이다.  <변종철/제주대학교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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