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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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추석이다. 먹고 사는 문제로 팍팍해진 일상의 무게를 툭툭 털어내고 고향에서 가족들과 함께 여유로움과 넉넉함을 느낄 수 있는 민족 최대의 명절이 돌아왔다.

물론 현실은 언제나 녹록치 않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 취업난 등으로 힘들어진 경제적 형편이 여유로움의 발목을 잡고 넉넉함도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찾은 고향에서 오랜만에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고 하늘 높이 떠있는 휘영청 둥근 달을 보노라면 어느덧 고달픔은 잊게 된다. 자연스럽게 정겨움이 넘쳐나고 마음도 한층 풍성하게 재충전된다.

만남이 넘쳐나는 추석은 민심(民心)의 풍향계이기도 하다. 가족과 친지, 친구들이 모여 앉아 나누는 이런저런 세상사 이야기 속에서 여론이 만들어지고 보다 확실한 민의도 표출되기 때문이다.

올 추석에 펼쳐질 여론마당에서는 정치와 사회, 경제 등 부문별로 크고 작은 화두가 예고되고 있다. 정치권 등이 민심 풍향계 향방에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 중에서도 서울시장 보궐선거 불출마 선언으로 단숨에 대권 후보로까지 부상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단골 화제로 회자될 주요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안 교수는 권력 투쟁과 이기심에 곪아 있는 정당정치에 염증을 느낀 중도 계층을 단숨에 흡입하는 파괴력으로 정치권에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그에 대한 민심 향방은 내년 총선 및 대선과 맞물려 정치 지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가늠자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사실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해 무료로 제공하고 회사 주식 60억원을 직원들에게 나눠준 보편적이지 않은 경력을 지닌 안 교수에 대한 신드롬은 해석하기에 따라 시사하는 바가 의미심장하다.

정치적으로는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한 기존 정치로는 더 이상 민심을 끌어 안을 수 없다는 경고와 함께 새로운 정치 변혁 요구가 분출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또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개인적 부(富)’를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오로지 부자되기’에만 매몰되는 황금만능주의 세태에도 경종을 울리며 ‘공익적 부’의 진정한 가치를 환기시키는 전환점을 제공했다.

이로 볼 때 안 교수 신드롬은 기존 관념과 틀을 깨나가는 시대와 인식의 변화를 암시해주는 키워드라 할 수 있다. 이 대목에서 대중들이 왜 안 교수를 묵언 속에서 지지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결론은 그가 살아온 삶의 궤적에서 엿볼 수 있는 ‘진정성’과 그에 기반을 두고 착실히 쌓아온 ‘신뢰’로 귀결된다. 시대와 인물을 불문하고 ‘진정성에서 출발한 신뢰’는 결국 통한다는 보편적 진리를 다시 한번 안 교수를 통해 새삼 깨닫게 된 셈이다.

진정성과 신뢰는 지금 제주에 절실히 필요한 부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결의 실타래를 풀지 못해 꼬여만 가는 해군기지 갈등 문제도 그렇고, 민선 5기 우근민 도정의 과도한 자기 사람 챙기기 역시 실망과 불신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갈등과 불신, 독선을 걷어내야 한다. 제주 특유의 공동체를 무너뜨리고 있는 악순환 고리를 끊고 대통합 리더십으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그래야만 제주의 미래가 있다.

추석을 맞아 한번 돌아보자. 정치와 행정, 교육, 언론 등의 부문에서 누구를 위해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는지, 또 어느 정도의 진정성을 갖고 임하고 있는지 말이다. 이에 대한 담론을 쏟아낼 추석 민심이 자못 궁금해진다. <김태형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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