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에서 도라지의 위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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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제주대학교 화학과 교수

엊그저께는 만물이 풍성하게 열매 맺는 결실의 계절에 조상과 후손이 하나가 되어 경건하게 차례를 지내는 한가위이였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 날만 같아라’라는 말처럼 기쁨과 행복이 넘치는 훈훈한 명절이였다.

 

필자는 항상 목이 건실하지 못한 편이다. 이번 연휴 때 탐스럽고 먹음직하게 보이는 도라지 뿌리로 만든 몇 가지 반찬을 맛보았다. 근자에 목이 많이 불편했지만, 오랜만에 도라지 나물과 초무침 등을 곁들여 저녁식사를 하는 순간에 목이 상쾌하게 열리는 기분이었다.

 

이 도라지는 고사리, 시금치 등과 함께 차례상에 올려진다. 제사상에 이들 음식을 차리는 것도 연유가 있을 것이다. 식물의 뿌리는 역사, 줄기는 현세, 잎이나 꽃은 앞날을 상징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도라지(흰색)는 과거, 고사리(갈색)는 현재, 시금치(푸른색)는 미래를 대표하는 것으로 의미를 부여하면 어떨까?

 

‘도라지꽃’이라는 누군가의 시가 생각난다. 엷게 받쳐 입은 보랏빛 고운 적삼/ 찬이슬 머금은 수줍은 몸짓/ 사랑의 순한 눈길 안으로 모아/ 가만히 떠울린 미소/ 눈물 고여 오는 세월일지라도/ 너처럼 유순히 기도하며 살고 싶다/

 

우리 민족과 오래 동안 같이 해온 꽃인지라 도라지는 많은 전설도 품고 있다. 옛날 도라지라는 처녀가 동네 오빠를 속마음으로 사랑했다. 그 오빠가 외국으로 공부하러 간 후에 오매불망으로 눈물 속에 그리워하며 세월을 보냈다. 오빠가 10여년만에 돌아와서 ‘도라지야 !’하고 부르는 소리에 너무 반갑고 기뻐서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아 도라지꽃이 되었다. 그래서, 이것의 꽃말이 ‘영원한 사랑’일 것이다.

 

이 도라지에는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사포닌, 통증을 가라앉히는 플라티코딘(platycodin), 암세포의 전이를 억제하는 이눌린(inulin) 등이 풍부하다. 따라서 이것은 폐나 호흡기 질환을 오래 앓았거나 면역력이 크게 약화된 경우, 암이나 오래된 천식, 당뇨, 심장병 등에 좋다. 또 이 약용식물은 당분과 섬유질은 물론 칼슘과 철분 등 미네랄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알칼리성 식품이다. 

 

인삼 및 더덕과 함께 도라지는 생김새뿐만 아니라 약효도 비슷한데, 공통된 주성분이 바로 뿌리 속에 들어 있는 사포닌이다. 도라지가 오래전부터 진해, 거담제로 사용되어 왔던 것도 이 성분 때문이며, 특유의 쌉싸래한 맛을 내는 이 성분이 호흡기내 점막의 점액 분비량을 두드러지게 증가시켜 가래를 삭이는 효능을 발휘한다. 기침과 가래 약으로 유명한 용각산의 주재료가 바로 도라지인 것을 보아도 그 약효를 알 수 있다. 

 

약리 실험 결과에서도 도라지는 일정한 진해작용과 염증이나 궤양을 억제하고 면역기능을 항진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목감기, 인후염, 급만성 기관지염, 편도선염, 천식 등의 호흡기 질환에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약재로 인정받고 있다. 

 

도라지 뿌리를 끓인 물을 일상생활에서 자주 마시면 환절기와 가을·겨울을 건강하게 지내며 유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동의보감’에 기록된  처방의 종류가 무려 278종이 될 정도로 도라지의 약효가 뛰어나다.

 

이와 함께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국화차를 자주 음용하는 것도 삶의 질을 한 차원 높이는데 유익할 것이다. 즉, 일상사에서 술, 담배 등에 찌든 육체의 피로 회복제로 국화꽃을 이용한 차도 의미있을 것이다. <변종철/제주대학교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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