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트가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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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호 세화고등학교 교장/시인

한글학회의 ‘우리말큰사전’은 차이트가이스트를 시대정신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 어휘는 독일어(Zeitgeist)에서 탄생되어, 영어로 성장했고, 지금은 우리 국어사전에도 올라있다. 시대정신이라고만 하면 뜻 전달이 조금 모자란 듯하다. ‘어느 시대나 장소에서 일반적이고 공통적인 사상이나 태도’라고 영어사전은 풀이하고 있다.

 

이를테면, 일제강점기 우리나라의 차이트가이스트는 독립운동이었다. 독립을 위해서는 한라산에서 백두산까지 순식간에 불이 붙었던 것이다.

 

모든 시대 및 장소를 망라해, 공통적인 차이트가이스트는 무엇일까? 그것은 교육이다. 정치적으로 중립해야 하며, 학생 개개인이 타고 난 것에 바탕을 두는 자연주의를 원칙으로 하며, 교사 개인의 방법론(Methodology)을 존중해야 한다.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하지 않는가. 선거공약 속에 들어있다는 구실을 대며, 교육정책을 조령모개(朝令暮改)해서도 아니 될 것이다.

 

여섯 교육감이 서로 손을 잡고 마치 어떤 연합을 보여주듯이 포즈를 취한 모습이 월전에 보도됐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나머지 10명의 교육감들을 대상(對象)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 여섯 교육감의 시발(始發)로 옛 삼국시대 국경처럼 대한민국의 교육을 구획하겠다는 것인가? 다가오는 내년 선거들에 어떤 영향구도를 마련하려는 의도를 미리 내어보이려는 것일까?

 

그 보도 후에, 체벌금지를 명문화한 지역의 학교를 두세 곳 방문 한 적이 있었다. 그 지역교육청은 체벌제보를 접하면, 사실확인 차 즉시 학교로 온다고 했다. 그런 일에 자칫 휘말려들지 않으려고 선생님들은 무진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교육은 열의(熱意Enthusiasm)가 학생들에게 옮아감(轉移Contagious)에서 그 성취가 높아지는 것인데, 그것이 그만 식어간다고 했다. 올바르지 못한 학생의 태도를 바르게 하는 적극성도 굳어져가고 있다고 했다. 학생의 태도가 수용적이지 않을 때, 이에 관여하지 않고 그냥 교과 진도(進度)만을 의식하여야 한다고들 했다.

 

필자는 체벌(體罰)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사전에도 없지만, 체훈(體訓)이라는 말을 쓴다. 사랑이 바탕 되어 있을 때에는, 육신을 통해 깨닫게 하는 방식, 즉 체훈은 교사의 고유적(固有的) 특장(Specialty)으로 인정돼야 할 것이다.

 

스님들의 수행 안거(安居)에서도 죽비(竹?)가 등을 치는 소리가 크게 들리지 않는가. 교실 안에서 가르치는 방식에서의 세세한 점까지 정책으로 제도(制度)하는 것은 다름 아니라 표수(票數)가 많은 쪽을 의식한 변형된 포퓰리즘(Populism)으로 훤히 드러나 보인다.

 

교육의 형태적 변화모습을 살짝 살펴보자. 원시시대는 부모의 생존방식을 아이들은 따라했다. 가르치고 배우는 어떤 틀이 마련돼 있지 않았었다. 그 틀을 마련해, 아이들을 모아놓고 가르치는 단계로 발전되었다. 이렇게 한곳에 모이는 형태를 스쿨링(Schooling)이라고 한다. 스쿨(School)은 학교라는 뜻 이전에 ‘여럿이 한 곳으로 모임’이라는 뜻이 우선 한다. 교육은 아이들을 모아놓는 데에서 시작되며, 그렇게 모여 있는 곳이 교실이다. 따라서, 교실수업은 교사의 전문적 열의를 바탕으로 힘차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명제(命題)이다. 전혀 논란(論難)이 있을 수 없다.

 

선거의 당선은 공약의 이행으로 이어진다. 구체적인 예산과 추진일정을 갖춘 선거공약을 매니페스토(Manifesto)라고 한다. 당선 후 각급학교에서 ‘교실수업 일일교사체험’을 하겠다고 매니페스토에 넣는 그런 교육감후보가 다음에 나오기를 기대들을 하고 있다. 아이들을 모아놓은 교실, 그곳에서의 힘찬 수업이 인류역사의 동인(動因·Momentum)이며, 모든 부모들이 기대하는 영구적 차이트가이스트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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