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말랑한 힘 소프트웨어를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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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 한국예술비평가회 회장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으로 세계 시장을 휩쓸고, 구글이 모토롤라와 합병하면서 IT코리아가 20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IT 강국으로 불렸던 우리 대부분의 SW회사들도 경영 악화로 워크아웃에 놓인 상태다. 업계는 이 모두가 정부의 오락가락한 정책 혼선이 빚은 결과라고 성토한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며 키웠던 벤처기업이나 신지식인을 부추겨 세웠던 신화는 신지식인 1호였던 영화 용가리 심형래 감독의 좌절로 막을 내리고 말 것인가. 지금껏 소프트웨어를 지켜 온 기업들은 대기업들이 부족한 인력을 모두 빼가는 현실에서 할 말을 잃는다.

 

눈에 보이는 것만 실체로 파악하는 아날로그 사고방식은 우리 의식에 뿌리 깊게 잔존하고 있다. 비단 IT 업계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의 현상일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소프트웨어의 근간이 되는 개인의 독창성이나 창의력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왜곡, 변질되기가 일쑤다.

 

소설가, 화가, 작가, 작곡가, 발명가 등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진심 어린 창작 지원이 없다. 때문에 창작자들이 겪는 척박한 현실은 양질의 소프트웨어 개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래도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미국 등 세계시장에서 큰 호응을 끌고 있다거나 걸음마 단계에 있지만 우리 공연물들이 국제무대 진출을 염두에 두고 제작에 땀 흘리고 있는 모습은 희망이다.

 

엊그제 국립극장에서 판소리 수궁가를 보았다. 세계적인 오페라 연출가 아힘 프라이어(Achim Freyer)가 1인 오페라라 할 수 있는 판소리에 스토리 배역을 나누고 입체적인 무대를 만들어 판소리의 세계화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결코 우리 힘으로 세울 수 없었던 정교한 무대와 작가의 상상력이 보태져 판소리의 새 지평을 열어 보인 것이다.

 

우리의 젊은 세대들이 쉽게 알아듣기 힘든 사설이나 문화적 차이를 과연 외국인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가 궁금하지만 신선하고 충격적인 말랑말랑한 작가의 힘이 느껴졌다.

 

획일적이고 답습의 문화가 범람하는 우리 공연 풍토에서 예술이 창의(創意)에 넘치는 사회를 끌어가려면 창의력과 소프트웨어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전국 도처에서 펼쳐지는 예술행위들이 얼마나 관객들에게 예술의 가치를 피부로 느끼게 할 것인가.

 

지난 7월 국립오페라단이 개최한 한 토론회에서 밝힌 자료에는 우리 창작오페라가 300편이 넘게 무대에 올랐지만 상설 레퍼토리로 정착된 작품이 얼마나 되는가하는 심각한 물음이 주어졌다.

 

막대한 예산과 노력이 일회성 공연에 그친다면 그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할 것이며 안이한 제작 방식과 지원 시스템을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 하는 것도 문제다.

 

그 원인 규명이야 그리 어렵지 않겠지만 탁상공론에 그치고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 오지 못하는 한계를 이제는 극복해야 할 때가 왔다.

 

창작의 원천인 작가의 창작 에너지가 변색되지 않도록 높은 보장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고 저작권 횡포 등 고압적인 시각도 개선해야 할 대목이다.

 

바야흐로 한류덕분에 우리 국악을 비롯한 전통이 되살아나고 있음은 반가운 일이다. ‘전통은 오래된 미래’라고 한다. 우리 것을 소재로 탁월한 문화상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시인 함민복의 시(詩)에서처럼 ‘말랑말랑한 힘’ 즉 소프트웨어의 파워가 절대 필요하다.

 

소프트웨어의 대명사라 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정치권에 메가톤급 파장을 몰고 온 것처럼 문화계도 혁신의 인물이 나올 수 있으려면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총은 있는데 총알이 없다면 삭막한 소프트웨어 예산편성부터 고쳐야 하지 않겠는가. 모든 스포츠의 힘이 유연성에 기초하듯 목에 힘을 주던 카리스마보다 한국인의 미소같은 소프트웨어가 세계를 이길 날이 와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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