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솎기 재미를 아시나요?
기현숙. 생활개선제주시연합 애월읍회장
2016-09-28 제주일보
어찌 생각해보면 간벌, 열매솎기 등은 항상 행정에서 먼저 선도했고 농가들은 마지못해 흉내낼 정도로만 했던 것도 사실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애쓰게 열린 감귤 따내려면 왠지 아깝고, 가공용으로 라도 팔면 그래도 단돈 몇 만 원은 되는데 괜히 따버리는 것 같아서 따내려는 남편과 다툼도 많이 했다.
그런데 한 5년 전인가 생활개선회장이라는 직책 때문에 안 할 수도 없고 우리 과수원에서 열매솎기를 했다. 회원들 뒤 쫓아 다니면서 ‘조금만 따세요, 조금만 따세요’ 사정 아닌 사정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 해 감귤을 수확하는데 상품이 많아서 따는 사람들도 모두 좋다고 신이 났고 값도 다른 해 보다 20%정도는 더 받았다. 그래서 욕심이 생겼다. 다음 해는 더 잘해야지 하고. 그런데 그 다음해는 해거리를 하는 해라 열매솎기를 대대적으로 하지 않아 우리 밭에 와 줄 사람이 없었다. 남편과 논의 끝에 과감히 인건비를 투자해 열매솎기를 했다. 그해는 값을 더 많이 받았다.
그 후로 열매솎기를 꼭 하는 정말 본의 아니게 모범농가가 됐디. 열매솎기 하는 재미를 안 것이다.
아직도 열매솎기를 안 한 농가들에 참여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정말 쏠쏠한 재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