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50대, 표심은 어디로 향할까’
고경업 논설위원
2017-04-25 제주일보
그들은 아침부터 부엌에 나가 연탄불이나 땔감 아궁이에서 밥을 하던 어머니를 기억한다. 하얀 쌀밥은 명절이나 제사, 잔치 때만 볼 수 있었다. 보리밥과 조밥, 콩밥 등이 그들의 주식이었다. 라면은 귀한 음식으로 아무나 먹을 수 없었다. 여름날 꽁꽁 언 ‘아이스께끼’는 그들에게 최고의 간식이었다.
▲그들은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를 다녔다. 하굣길에 애국가가 울려퍼지면 가던 길을 멈추고 왼쪽 가슴에 손을 대 국기를 주목해야 했다. 그들은 고교 시절에 군인들처럼 교련복을 입고 군사교육을 받았다. 그 교육은 대학 2학년 때까지 이어졌다. 그에 더해 대학 1학년은 일주일간 병영 집체교육을, 2학년은 전방 입소교육을 수료해야 했다.
그들은 영어ㆍ수학을 잘하기 위해 ‘성문종합영어’와 ‘수학의 정석’을 공부해야 했다. 그들 중 61년생까지는 예비고사를 거쳐 대학의 본고사를 통과해야 비로소 대학생이 됐다. 62년생 이후부터는 학력고사 한 번 치르고 대학에 입학했다. 그들은 이런 과정을 거쳐 사회에 진출했고, 어느덧 50대가 됐다. 새삼 세월의 빠른 흐름을 느낀다.
▲지금의 50대는 유신말기와 80년대에 대학을 다녔다. 학번으론 77학번부터 86학번까지다. 이른바 ‘586세대(5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가 주력이다. 이들은 30대일 때 ‘386’, 40대일 때 ‘486’으로 불리웠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시기에 청년기를 보냈고, 1987년 6월 항쟁을 이끈 민주화 세대다.
그런 만큼 진보적 성향을 공유하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맞는 말일까. 50대에겐 한꺼번에 짊어져야 할 두 가지 짐이 있다. 자식을 가르쳐 결혼을 시켜야 하는 것과 살아계신 노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점이다. 50대에 들어서면 안정을 추구하는 보수적 성향이 강해진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19대 대선이 13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선은 과거 선거 판도를 좌우했던 지역 대결구도가 약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 대신 연령ㆍ세대 대결구도가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그중 전체 유권자의 16.4%를 차지하는 50대의 선택이 대선 승부를 가르는 급소로 꼽힌다. 과연 50대의 표심은 어디로 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