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수는 지역 의료 수준을 가늠한다
2017-05-29 제주일보
간호인력 부족은 도내에서 배출한 간호사의 절반이 다른 지방 대형병원 등에 취업해서다. 업무 강도가 덜하면서도 연봉이 더 높은 곳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제주대·한라대·관광대 등 도내 3개 대학에서 졸업한 간호사는 328명이다. 그중 53%(175명)가 육지부 병원으로 나갔다. 나머지 47%만 도내서 근무하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제주시내 한 병원은 375병상을 갖췄으나 간호사를 충원하지 못해 1개층 병동(76병상)을 아예 폐쇄해 299병상만 가동하는 실정이다. 서귀포시 한 의원 역시 최근 간호사 2명이 퇴직했지만 대체 인력을 구하지 못해 문을 닫아야 할 형편에 놓였다. 그만큼 일선 의료현장의 상황이 심각하지만 이렇다할 손을 쓰지 못하는 게 문제다.
안타깝게도 제주지역 간호인력 유출이 심화된 데는 ‘간호등급제’도 한몫한다. 이는 입원환자 대비 간호사 수를 분류해 진료비를 차등 지급하는 제도다. 간호사를 많이 채용할수록 수익을 올릴 수 있기에 대형병원마다 간호사 채용에 적극 열을 올리는 것이다. 반면 지방 및 소규모 병원은 간호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돼버렸다.
중소병원일수록 간호사 부족 현상은 심각하다. 환자 안전과 공공성 등 여러 면에서 문제를 드러낸다. 무엇보다 열악한 간호인력은 노동강도를 넘어 의료전달 체계를 위협하는 것이다. 나아가 간호서비스 저하와 의료수가 하락 등 악순환을 초래하기도 한다. 의료현장의 상황을 감안할 때 지방 의료기관에 더 관심을 쏟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간호인력 부족의 만성화는 이미 절대적인 과제다. 간호사 증원을 비롯해 경력·유휴 간호사의 재취업 등 제도 보완책이 검토돼야 할 시점이다. 무엇보다 처우 개선과 육아시설 확충 등 지자체와 의료시설이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개선방안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높은 연봉만을 바라보며 고향을 등지는 간호사들의 발길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