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위에서 천하를 다스릴 수 있겠는가
고동수 편집국장
2017-09-10 제주일보
▲개인이나 기업이 과거의 성공 신화에 집착하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무너진 사례는 많다. 툭하면 과거의 알량한 성공을 입에 달고 다니면서 자화자찬하는 이들 주위에 사람이 몰리는 것을 봤는가. 듣고 싶은 신청곡은 ‘지금은~’인데, 흘러간 ‘왕년에~’만을 틀고 있는데 누가 좋아하겠는가. 젊은 시절에 명성을 쌓고도 나이 들어 제 손으로 그것을 허무는 사람도 어디 한둘인가. 모두가 말 위에서 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제의 초우량 기업이 하루아침에 추풍낙엽처럼 사라지는 게 다반사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매출액 기준으로 100대 기업에 속했던 국내 기업 가운데 100년 이상 생존한 기업은 12개였다. 매년 5만 개가 넘는 신설 국내 법인 가운데, 10년 이상 버티는 곳은 16%, 20년 이상은 4%에 불과하다.
영원할 것 같았던 정권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의 마상(馬上)은 기업 CEO(최고경영자)와 서울시장 때의 성공 신화였다. 여기에 매몰돼 국정을 운영하다 여러 가지 화(禍)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박근혜 정부의 마상은 ‘전직 대통령 영애’, ‘선거의 여왕’이었다. 말 위는 편했고, 말 밑은 두려웠다. 결국은 파탄과 몰락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마상은 ‘촛불민심’이다. 견고한 핵심 지지층은 푹신한 안장이나 다름없다. 여기에 지난 정부의 실정과 나라다운 나라에 대한 기대로 높은 지지율을 구가하고 있다. 하지만 세상사는 무상(無常)이다. 김정은은 핵을 갖고 난동 부리고 있다. 높은 지지율에도 변화 조짐이 있다. 밑에 사정이 예사롭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