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청둥오리 때문에 "농사 망쳤어요"
AI 확산 방지 위해 수렵금지...야생조류 활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27일부터 수렵을 금지하면서 야생꿩과 청둥오리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3일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에 있는 5000㎡ 면적의 콜라비(빨간 무) 밭. 고모씨(50)는 “낮에는 꿩, 밤에는 청둥오리가 콜라비를 쪼아대면서 농사를 망쳤다”며 울상이다.
고씨는 “수렵이 금지돼 꿩이 나날이 번식하고 있다”며 “꿩은 한 지점에 머물지 않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쪼아대는 통에 비상품으로 전락한 콜라비를 팔지를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인근에 있는 김모씨(50)의 브로콜리 밭은 쑥대밭이 돼 버렸다. 한 밤에 청둥오리가 떼를 지어 몰려와 브로콜리를 먹고, 쪼아대면서 김씨는 수확을 포기했다.
한경면에는 청둥오리 등 철새가 찾아오는 용수저수지가 있는 가운데 수렵 금지로 인해 꿩은 물론 야생조류 개체 수가 급증, 농가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콜리비와 브로콜리, 양배추 등 월동채소는 당도가 높은 데다 꿩과 청둥오리는 채소류 섭취를 좋아해 수확에 비상이 걸렸다.
농업인들은 자구책으로 그물망을 씌워 놓고 있다. 더 나아가 허수아비를 세우고 꽹과리를 치기도 했으나 그때만 반짝 효과를 보이고 이틀 만에 꿩들이 다시 몰려와 속수무책 당하고 있다.
고산리 한 농가는 궁여지책으로 개를 밭에 묶어놨다가 3시간 간격으로 밭에 풀어 놓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제주시는 조만간 유해조수 포획단을 현장으로 보내 꿩과 청둥오리를 포획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현장 조사를 실시 한 후 야생동물 피해보상 조례와 농작물 보상보험을 근거로 피해 금액의 80%까지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제주시 관계자는 “피해 보상을 받으려면 사진으로 현장을 촬영한 후 읍·면·동에 제출하면 된다”며 “상처가 난 농작물을 폐기하지 말고 증빙자료로 보관해 둬야 한다”고 말했다.
수렵기간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올해 2월까지 3개월이다. 그런데 올해는 평창올림픽 개최로 1월 말까지로 축소된데다 AI 발생으로 사실상 수렵기간은 종료된 상태다.
제주시는 지난 한 해 농작물에 피해를 준 까치와 까마귀 등 야생조류 1만2400여 마리를 포획하고, 68곳의 피해 농가에 총 1억370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