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제주공항 관제탑 시급히 신축해야
관제탑은 비행장 내의 지휘소다. 이·착륙하는 항공기나 활주로로 접근하는 항공기의 운항을 통제하며 각종 지시를 하는 곳이다. 그래서 컨트롤타워(control tower)라고 한다. 이런 관제탑이 상시로 시야를 방해받고 있다면 실로 심각한 문제다. 한 해 이용객 3000만 명에 육박하는 제주국제공항의 관제탑이 이렇다고 하니 실로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제주공항 관제시설 문제’자료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제주공항 관제탑 기둥 2개가 ‘메인 활주로-주요 유도로’와 ‘메인 활주로-보조 활주로’ 교차지점의 육안 감시를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관제탑의 기둥으로 인해 관제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말이다. 이로 인해 대형사고의 전조가 나타나고 있다고 하니 국민적 우려도 클 수밖에 없다.
2013년 9월 공항 관제탑은 기둥에 시야가 가려져 메인 활주로를 통해 이륙하려는 비행기를 발견하지 못한 상황에서 다른 비행기의 착륙 허가를 내린 바 있다. 다행히 착륙을 시도하던 비행기가 긴급히 회피 비행을 해 충돌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해 9월에도 관제탑 기둥이 가린 사각지대에서 해군 초계기와 민간항공기가 충돌할 뻔했다.
문제는 또 있다. 관제 장비의 노후화도 심각한 수준이다. 2003년 설치된 지상감시레이더는 내구연한을 초과해 오류가 발생하고 있으며, 2007년에 장착된 레이더 자료 자동처리시스템도 이미 예비장비가 단종된 상황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정부의 대처다. 기획재정부는 국토부가 요청한 관제탑 신축(212억원)과 관제 장비 교체(338억원) 예산을 “시급성이 떨어진다”며 뭉개버렸다. 공항의 특수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정부 부처가 이렇게 태연자약할 수 있는가. 기재부에 무엇이 시급한지 되묻고 싶다. 대형사고가 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심사가 아니라면 당장 내년도 예산에 편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