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많은 제주섬…노래·춤 흥겨움에 걸림돌 없다

⑱돌문화공원(下) 팬플루트 연주 ‘천년바위’ 감상하면 대자연 앞 작아져 오백장군 군상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는 이미 사랑의 행보

2018-11-08     제주일보

햇살

새벽기도 나서시는,

칠순 노모(老母)의

굽어진 등 뒤로

지나온 세월이 힘겹다.

 

그곳에 담겨진

내 몫을 헤아리니

콧날이 시큰하고,

 

이다음에, 이다음에

어머니 세상 떠나는 날

어찌 바라볼까

 

가슴에

산(山) 하나 들고 있다.

- 어머니/김윤도

 

서란영의

제주만의 속살들이 돌문화공원에 오롯하다. 줄곧 지켜봐주는 햇살도 온종일 곱다.

‘어머니의 방’ 앞으로 불어나는 관객들이다. 이 틈새를 놓칠세라 사회자 정민자는 “바람난장은 각 장르의 예술가들이 모여 제주의 곳곳을 찾아다니며 격주로 난장을 펼친다….”며 홍보대사를 자처한다.

서란영의 팬플룻 연주로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후, ‘천년바위’를 감상하다 대자연 앞에서 작아진다. ‘생은 무엇인가요, 삶은 무엇인가요, 부질없는 욕심으로 살아야만 하나, 이제는 아무 것도 그리워 말자…. 천년바위 되리라’가 메아리 된다. 타이타닉의 주제곡 ‘My heart will go on’이 시공을 넘나들자, 걸림이 없는 음색에 새들도 귀 밝혀 돌아든다. 이름 모를 새들의 묘기가 기획된 퍼포먼스인 양 능수능란하다. 잠시 돌담에 앉아 감상에 젖던 까마귀들도 난장 무대의 흥타령에 끼어든다.

먼 길을 달려온 오백장군 군상, 그 가장자리에 둘러놓은 돌담 위로 편하게 앉아 손길 바빠지는 그림 당번인 홍진숙 화가다. 그 건너편 잔디밭에 양반다리를 한 유창훈 화가의 스케치도 차곡차곡 채워진다.

무대 앞 억새밭에는 키 큰 억새를 베어내는 손길로 부산하다. 왜 거둬내는지에 아쉬움이 자라지만 이곳도 자연스레 일궈야하는 공간, 관리의 대상이겠다는 점엔 이의가 없다.

 

황경수

제주대학 행정학과 황경수 교수는 연주에 앞서서, 난장의 시작부터 돌담에 걸터앉아 오붓하게 경청하는 외국인 중년부부에게 눈길을 빼앗겼던지, “웰컴”을 외치며 두 손 들어 인사를 주고받는다. 앨토 호른으로 ‘가을 편지’, ‘가을 사랑’, ‘넬라판타지아’ 연주에 모두들 흥얼거린다. 눈과 귀, 오감의 호사다.

난장을 마칠 무렵 한 관객이 신문을 보고 찾았다며 끝끝내 함께한 후 명함을 내민다. 다음부터는 꼭 참석하고 싶다는 속마음을 감추질 않는다. 한 곳에 머물지 않는 무대가 궁금한지, 신문을 보고 찾아온 분들을 현장에서 가끔씩 만난다.

햇살이 기우는 만큼 바람의 숨결도 차츰 다르다. 어머니의 방을 지키는 석상, 심장을 다 도려낸 마음을 대변한 듯 한결같은 눈길과 다시 마주한다. 출신의 그 뜨거움도 다 잊은 채 어머니의 심성, 자식을 향한 어미의 마음으로 세상 곳곳에 기도 같은 존중이 자리한다면 소통의 부재가 생기기나 할까. 소임을 다하려는 둥근 석상의 인자한 시선이 한량없다.

김윤도의 시 ‘어머니’ 중, ‘새벽기도 나서시는,/칠순 노모(老母)의/굽어진 등 뒤로/지나온 세월이 힘겹다…./가슴에 산(山) 하나 들고 있다.’ 이런 마음이라면 걸림돌이 존재하기나 할까. 오백장군 군상을 타고 올라가는 담쟁이들의 줄기 끝, 여느 어미의 기다림처럼 사랑의 행보다.

 

돌문화공원

※다음 바람난장은 11월 10일 오전 10시 사려니숲길에서 진행합니다.

글=고해자

영상·사진=채명섭

사회=정민자

시낭송=김정희와 시놀이

음악=채미선외 4명·성요한 신부·서란영·황경수 교수

음악감독=이상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