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와 삶과 사색 사이에서

난 아무 곳에도 가지 않아요/현택훈

2018-12-09     김정은 기자

오후 세 시, 햇빛이 목을 걸고 있다./너무 깨끗해서 아슬아슬한 선창에.//기억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비명으로 닦아 투명하다./붉은 눈빛의 지문은 노랫소리에 지워지고,/간혹 집으로 가는 길이 주저앉는 여기.//유리창 너머는 언제 푸르고,/전망 좋은 방이 유리창을 다시 더럽힌다//.//’(유리의 세계)

현택훈 시인이 5년 여 만에 세 번째 시집 난 아무 곳에도 가지 않아요를 펴냈다. 시집은 시인이 거주하는 제주 곳곳을 표현함으로써 익숙한 제주 풍경, 외지인으로서 제주에 대한 무의식적 열망, 제주의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시 쓰기를 통해 그저 시인으로서 살아가고자 하는 일반인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인을 제목을 통해 시인이면서 동시에 일상을 지속해야 하는 자의 기록이란 걸 보여준다. 또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시인의 시선이란 걸 그의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또 제주의 평범한 일 상 속 제주의 아픈 속살도 들여다 볼 수 있게 된다.

말을 하 듯 덤덤한 어조가 독자들 마음 속 깊이 머무른다.

제주출신인 그는 2007시와정신으로 등단했다. 시집 지구 레코드’, ‘남방큰돌고레와 음악 산문집 기억에서 들리는 소리는 녹슬지 않는다를 출간했다. 지용신인문학상, 4·3평화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시집 전문 서접인 시옷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걷는사람 시인선, 9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