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에서 밀린 국산 생수’

고동수 논설위원

2019-06-03     제주일보

세계적으로 유명한 생수 브랜드인 에비앙이 탄생한 것은 1878년이다. 프랑스 에비앙 지역의 빙하수가 몸에 좋은 미네랄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 세계 최초로 물을 상품화했다.

그때 조선은 고종 15년으로 신미양요 후 전국 곳곳에 척화비(斥和碑)를 세워 나라의 문을 걸어 잠그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서울에서 수돗물이 공급되기 시작한 것도 고종 때 일이다. 당시엔 국내에도 물장사는 있었다. 함경도인들 중심으로 맛있는 우물물을 물독에 담아 지게에 지고 부잣집 등에 배달하였다. 이들 중에는 북청(北靑)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북청 물장수’라는 말까지 생겼다. 이들이 물장사로 그럭저럭 생계를 꾸릴 수 있었던 것은 수돗물보다 입에 익숙한 물맛 나는 우물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아서다.

▲우리나라 최초의 생수는 1976년 미군 부대에 납품한 다이아몬드 샘물이다. 이것이 1988년 시중에서 공식 판매됐다.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방문한 외국인들이 국내 수돗물을 꺼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일시적으로 허용한 것이다. 하지만 올림픽이 끝난 후 생수·제조 판매를 금지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국민들의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우려해 생수 산업에 대한 진입문 꼭꼭 잠갔다.

그러자 이에 반발한 생수 업자들이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했고, 1994년 ‘먹는 물 시판 금지’ 에 대한 위헌 결정을 얻어냈다. 1995년 ‘먹는물 관리법’이 제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생수 시장의 문이 열렸다. 에비앙이 국내 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제주삼다수가 탄생한 것은 1998년이다. 그 후 시장점유율 등에서 1위를 고수하며 우리나라 대표 생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여기에 아이시스, 백산수, 평창수 등이 가세하면서 2018년 기준 국내 시장 규모는 1조2000억원대다. 2023년에는 2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세계 최대 생수 시장은 단연 중국이다. 내년이면 소매 시장이 17조원에 이른다는 보고서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최대 생수 업체인 농푸가 내달 광주광역시에서 열리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국제수영연맹과 후원 계약을 맺어 ‘공식 마실물’로 선정됐다. 전 세계 200여 개국에서 선수와 임원 1만5000여 명이 참가하는 대회인 만큼 농푸로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호기를 잡은 것이다.

여차 하다간 안방에서 잔칫상 차려놓고 남 좋은 일만 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