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려고 태양광 부추겼나…대책 내놔야

2020-01-08     고동수 기자

정부와 제주도의 말을 믿고 태양광발전 시설에 뛰어든 민간 사업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사업자 대부분이 농민이라는 점도 걱정이다. 사실 모든 사업이라는 것이 리스크(위험)를 수반하지만, 이 경우는 그 위험의 정도가 현실화하면서 당사자의 감당 수준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 지금 상태가 지속한다면 상당수는 파탄에 직면할 수도 있다.

보도에 따르면 제주시 애월읍에서 축산업을 하고 밭작물을 재배했던 70대 농가는 지난해 40억원을 대출받아 3만㎡(9000평) 농지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했다가 이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한림읍의 한 70대 농가도 2017년에 10억원을 투자했지만, 수익은커녕 손해만 보고 있다고 한다. 이 사례에서 보듯이 대개는 고령의 농가들로, 노후에 일정한 수익을 보장한다는 말을 액면 그대로 믿고 투자했을 것이다.

여기에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도 이들의 기대를 크게 부추겼다고 판단된다. 정부는 2017년 12월 “전체 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7%에서 20%로 끌어올리겠다”며 독려하다시피 했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태양광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 뛰어들었다. 도내만 해도 2018년 말 기준으로 설치 면적이 674만1884㎡에 이른다. 마라도(30만㎡)의 22배다. 그만큼 정책을 의심하지 않았다.

문제는 전력 판매가격이다. 태양광 사업자들이 생산한 전기의 단위를 신재생에너지 공인인증서(REC)라고 하는데 이 가격이 폭락한 것이다. 2018년 평균 10만원이던 것이 2019년 5만원대로 떨어졌고, 새해 들어 2만1000원까지 급락했다. 투자비조차 회수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 것이다. 사업자들 사이에서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희생양이 됐다는 불만이 나올법하다.

물론 신재생에너지 육성에 힘입어 난개발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태양광이 우후죽순 들어서는 것도 문제다. 정부와 제주도는 태양광 공급 조절과 함께 전력 판매 가격에 대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자칫하면 정부와 도정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