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이탈리아·스위스 잇는 알프스 최고봉 둘레길

(16) 알프스 투르 뒤 몽블랑 트레킹 몽블랑 등 10여 개 산군 둘레길 총거리 170㎞로 3개국 경유 프랑스 남서부 ‘샤모니’ 관문 종주는 통상 10~12일 소요돼 에귀 뒤 미디서 여정 돌아봐

2020-05-06     제주일보

유럽의 지붕인 알프스산맥. 그 수많은 설산들 중에서 최고봉은 해발 4807m 몽블랑이다. 해발 2744m인 우리의 백두산(白頭山)과 이름이 비슷하다. 둘 다 하얀(Blanc) 머리의 산(Mont)’이다. 만년설이나 부석으로 정상 봉우리가 사시사철 하얗게 보이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알프스 최고봉인 몽블랑과 그 주변 10여 개의 산군을 타원으로 한 바퀴 도는 둘레길이 투르 뒤 몽블랑(Tour du Mont Blanc)'이다. 마터호른과 몬테로사 등을 아우르는 알프스산맥은 유럽 4개국에 분포되어 있고, 그 일부인 투르 뒤 몽블랑은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3개국 땅을 골고루 경유하며 총 거리 170에 걸친 하나의 길로 이어진다.      

우리의 지리산 둘레길이 전남, 전북, 경남의 3개 지방에 걸쳐 있는 것과 같다. 한 나라의 세 개 지방 사이에도 미묘한 문화 차이가 있듯이, 유럽의 세 개 나라를 지나면 문화, 지리, 사람들 분위기까지 다양한 차이를 비교해 느껴볼 수 있다. 나라와 나라의 오래된 길들이 하나의 길로 이어지며, 산과 산이 계곡과 산골마을들로 연결된다

알프스의 이미지는 흰색과 밝음이다. 이탈리아와 스위스의 이국적인 자연과 도시와 마을들, 산길을 걸으며 만나는 사람들, 세 번의 국경을 넘으며 새로운 세계로 발을 들여놓는 순간들, 알프스 산골마을의 전원 풍경들, 계곡을 굽이치는 강물 그리고 녹색 초원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노란 들꽃들인생에 흐림보다는 맑음을 좀 더 많이 만들어가고 싶은 이들을 품속으로 가득 끌어안는 곳이 투르 드 몽블랑이다.     

몽블랑으로 들어가는 관문은 프랑스 남서부의 국경 마을 샤모니다. 몽블랑 등정의 전초기지이자 인류 등반 역사의 메카나 다름없는 곳이다. 제네바 공항에서 한 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이곳에 도착하면 몽블랑 영웅 두 사람을 동상으로 만난다. 인류 최초의 등반가이자 몽블랑을 최초 등정한 자크 발마와 유럽인들에게 몽블랑 등정의 꿈을 심어준 오라스 소쉬르가 몽블랑 정상을 바라보며 나란히 서 있다.      

인류 등반 역사의 메카나 다름없는 샤모니. 이 알프스 도심에서 인류 등반 영웅들의 자취를 느껴본 후 몽블랑 트레킹에 나선다. 알프스 여러 산들의 능선을 타고 그 둘레를 한 바퀴 돌아 10일 후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트레킹의 시작점인 레 우슈까지는 샤모니에서 버스로 20분 거리다. 투르 뒤 몽블랑 종주는 통상 10일이 소요되지만 사람에 따라 9일에도 종주가 가능하고 느긋이 12일 정도 일정을 잡을 수도 있다

계곡과 구름다리를 건너 레콩타민에 이르고, 7월 이전이라면 본 옴므 고개에서 알프스 설원에 처음 발을 들여놓게 된다. 3일째 날 세이뉴 고개를 넘어 이탈리아로 내려갈 때는 판타지 속의 신세계로 빠져드는 환상에 빠질 수도 있다. 베니 계곡과 아름다운 산악 도시 쿠르마예르를 거쳐 6일째 되는 날 페레 계곡을 넘어 스위스 땅을 밟는다.

라폴리와 샹펙스를 지나는 사흘간의 스위스 여정은 아름다운 산골 마을과 목조 주택들에 눈길을 빼앗기며 걸음은 더뎌지기만 할 것이다

트리앙을 거치고 발므고개를 넘어 다시 프랑스 땅으로 돌아오는 건 8일째 날이다. 해발 2352m의 아름다운 산정 호수 락 블랑에서 알프스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10일째 날, 플랑 프라즈와 브레방을 넘어 다시 샤모니로 내려오면 TMB의 타원 일주(Tour)가 완성된다.      

몽블랑 외에도 그랑드 조라스와 거인의 이빨 당 뒤 제앙 등 4000m 급 설산들을 비슷한 고도에서 가까이 바라보며 걷는 감흥은 히말라야 트레킹과는 또 다른 묘미를 준다.      

해발 고도 최저 960m에서 최고 2600m 사이를 오르고 내리기를 매일 반복한다. 한 달이 소요되는 산티아고 순례길이 지형적으로는 평지 트레킹에 가깝다는 특징과 비교된다

고도차 1000m 내외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매일 반복되는 몽블랑 둘레길은 상승 고도차를 모두 합치면 10000m가 넘는다. 한라산 백록담을 매일 한 번씩 올랐다 내려오기를 10일간 반복하는 수준인 것이다.    

트레킹을 마친 이들은 다음날 대개는 샤모니에 남아 에귀 뒤 미디 전망대를 오른다. 케이블카로 몽블랑 봉우리 근처의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것이다. 지난 10여 일 동안의 TMB 한 바퀴 궤적을 어렴풋이나마 조망해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유럽 최고의 전망대에서 스위스 마터호른 등 알프스 전체의 완벽한 파노라마를 접할 수 있다.

<·사진=이영철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