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폭염까지…갈 곳 잃은 노인

때 이른 무더위 찾아왔지만 감염 우려에 쉼터 운영 중단 어르신 여름나기 빨간불 커져

2020-06-22     김종광 기자

올해 어느 때보다 지독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무더위 쉼터 운영이 중단되면서 노인들의 여름나기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20일 찾은 제주시 연동의 한 경로당. 이곳 출입구에는 ‘코로나19 감염 지역사회 확산방지를 위해 경로당 운영을 임시 중단합니다.’라는 안내문과 함께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다른 경로당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제주시 일도1동의 경로당 등 이날 찾은 무더위 쉼터들은 운영이 중단된 상태였다.

이는 코로나19에 취약한 고령층이 무더위 쉼터로 운영되는 경로당을 주로 이용하는 데다 좁은 공간에서의 밀접 접촉이 자칫 집단감염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해 무더위 쉼터 480여 곳을 운영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감염 우려 탓에 주민센터 등 23곳만 운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때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면서 오갈 데 없는 노인들이 그늘진 곳을 찾아 야외로 나오고 있다.  공원의 벤치, 정자 등에 자리를 잡은 노인들은 더위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일도2동의 한 공원에서 만난 80대 노인 A씨는 “원래 자주 가던 경로당이 몇 달 전부터 문을 닫아 더위를 피하기 위해 공원을 찾았다”며 “올해는 더 덥다는데 무더위 쉼터마저 문을 안 연다고 하니 어떻게 여름을 날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이에 제주도는 경로당 등 실내 무더위 쉼터 운영을 제한하는 대신 정자와 나무그늘, 공원 등 개방된 실외장소를 활용할 방침이다.

또 독거노인 등 폭염취약계층 8492명을 보호하기 위해 재난도우미 4537명을 지정해 운영하고, 생활밀착형 폭염 저감시설 설치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