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만들고도 못쓴다

도내 태양광·풍력 등으로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만들어 놓고도 활용 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해 수립한 ‘CFI(카본 프리 아일랜드) 2030 계획’에서 신재생에너지 설비 도입을 대폭 축소, 보급하겠다며 계획을 전면 수정해 원희룡 지사의 도정 목표가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

5일 제주도와 전력거래소 제주지사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신재생에너지 발전단지의 출력제한 명령 건수는 46건이다. 2015년 3건에 불과했지만 5년 만에 15배 이상 증가했다.

출력제한 명령은 발전을 중단하는 것으로, 전력거래소는 전력이 과잉 공급되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 출력제한 명령을 내린다. 발전량이 과도하면 과부하로 정전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내 신재생에너지 설비가 늘어나면서 출력제한 명령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도내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수용할 수 있는 한계용량이 590㎿ 밖에 되지 않는데, 이미 보급된 설비는 600㎿ 이상 전력을 만들어 내고 있어 최대운전가능량을 초과한 상태다.

제주도가 계획한 ‘CFI 2030’ 목표대로 2025년까지 2490㎿ 발전설비를 보급하게 되면 출력제한 명령은 더욱 증가하게 된다.

실제 전력거래소가 제시한 자료에서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수용하지 못하고 남는 용량은 2021년에는 589~1046㎿, 2022년에는 971~1441㎿, 2023년에는 580~1113㎿, 2024년에는 772~1094㎿, 2025년에는 1084~1396㎿로 예측돼 출력제한 명령은 불가피 한 상태다.

이처럼 전력을 수용할 수 있는 용량은 한정적인데도 제주도는 남은 전력을 저장할 장치나 용량을 늘리는 방안을 미리 마련하지 않고 태양광과 풍력 발전설비 보급 정책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전력을 받고, 육지로 송출할 수 있는 제3연계선 해저케이블(#HVDC, 2023년 완공 예정) 도입이 용량을 늘릴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지만 제3연계선이 도입돼도 최대 용량은 1237㎿로 한계가 있다.

남은 전력을 수소로 변환하는 ‘그린수소 사업’도 내년에야 실증 단계를 거칠 것으로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제주도가 2030년까지 도내 전력 수요를 100% 태양광과 풍력 등으로 대체하기 위해 4085㎿규모의 신재생에너지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제주도가 최근 발표한 법정계획인 ‘제6차 지역에너지계획(2020~2025년)’에서도 2025년까지 보급하는 신재생에너지 설비는 761㎿로 정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잉여 전력을 활용할 수 있는 각종 시범·실증 사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며 “전력을 판매할 수 있는 전력수요관리(DR) 사업도 제주에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