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미래는 제주도민이 결정한다!

강원보, 제주제2공항성산읍반대대책위 집행위원장

2020-09-22     제주일보

제2공항 입지선정 발표 이후 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피해 예상지역 4개 마을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반대투쟁을 전개해 왔다. 목이 터져라 제2공항 계획의 부당함을 외치며 정치권과 사회각계에 그리고 도민들께 호소하며 버텨온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굴욕적인 시련도 감내해 왔다. 우리를 가장 힘들게 하는 일은 오래전부터 같이 지역공동체를 이루고 살아온 인근 마을주민들 중 일부가 찬성단체를 만들어 피해지역 주민들의 가슴에 대못질을 해 온 점이다. 선·후배들이며 삼촌 조카하며 경조사도 서로 챙기고 체육대회 등 각종행사를 같이 즐기고 인사하며 우애 깊게 지내온 관계들이었다. 제2공항은 그 관계를 파탄 내왔다.

찬성단체 구성원의 면면을 보면 부동산업자, 호텔사장, 관광식당 사장, 운수회사 대표 등 지역균형발전이라는 허망한 구호를 외치며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그룹이 상당수다. 특히 지역에서 평생 살아온 내가 얼굴도 모르는 ‘육지 사투리’의 정체모를 사람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단체들도 가짜 지역주민 행세를 하고 있다.

이제는 제주도민의 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도민들은 현 제주공항을 첨단 현대화로 리모델링하는 합리적인 공항인프라 개선방안을 선호한다고 생각한다.

공항기술자들이 결정한 사안을 아무것도 모르는 도민에게 물어보는 것은 안 된다는 원희룡 지사의 논리는 화려한 수사에 불과하다. 도지사의 주장이라면 우리나라의 국책사업은 소수 전문가라는 기술자들에게 맡겨버리면 된다.

찬성론자들은 제2공항은 오랜 도민들의 숙원 사업이라며 대다수의 도민이 찬성한다고 말하면서도 뭐가 겁나는지 도민여론수렴으로 제2공항추진 여부를 결정하자는 우리의 합리적 주장에는 반대하고 있다.

우리는 도민갈등해결과 제주의 미래를 위해 “제2공항은 제주도민이 결정하자”고 주장하면서 그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누누이 밝혀왔다.

어느 한쪽에 양보하라거나 포기하라면 과연 누가 그럴 수 있을까? 끝까지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극한 상황으로 치달리고 있는 시점에서 갈등해결 방법은 도민의견수렴 이외 다른 방도가 없다고 본다.

그동안 이어진 숱한 토론회에 이어 도민여론 수렴을 위한 토론회가 다시 열린다. 국토부, 도청,도의회가 합의한 사항이다. 제2공항에 대해 일방적으로 강행하지 않고 도민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주민의견수렴 방안에 대해서도 협의하기로 했다.

대통령도 정부 여당도, 국토부도 제주도민이 결정하면 존중하겠다는 마당이다. 원희룡 도정은 더 이상 오락가락 해서는 안 된다. 제주도정이 도민여론 수렴을 못하겠다고 한다면 원희룡 지사는 민주주의를 말살하고 제주도민 위에 군림하는 독재자와 다름 아니다.

이제부터는 제주도민의 시간이다. 도민이 직접 나서 제2공항추진 갈등을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제주의 미래를 만들어 가야할 때다. 현명한 도민들이 끝없는 자본의 탐욕과 난개발로 신음하는 제주 섬을 반드시 지켜 주리라 확신한다. 더 이상 원주민이 토건마피아와 투기자본에 쫓겨나지 않는 아름답고 행복한 청정제주의 미래를 그려본다.